고추장과 김치를 넣고 싹싹 비벼먹다
2023/03/01
(고추장과 김치를 비벼넣은 밥을 먹다가 떠오른 아빠에 대한 기억. 오랜 시간이 지나 죽어서야 비로서 그리워할 수 있게 된 이야기입니다.)
자려다가 배가 고파 오랜만에 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싹싹 비벼먹었다. 친구가 갖다 준 총각김치가 잘 익어 무척 맛있었다. 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밥을 비벼먹어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일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통 안 그랬던 것 같다.
자려다가 배가 고파 오랜만에 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싹싹 비벼먹었다. 친구가 갖다 준 총각김치가 잘 익어 무척 맛있었다. 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밥을 비벼먹어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일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통 안 그랬던 것 같다.
아빠는 뭐든지 비벼먹는 것을 좋아했다. 별다른 걸 넣고 비비는 것도 아닌데 아빠가 비벼놓은 밥은 더 맛있었다. 아빠가 좀 괜찮았던 시절엔, 아빠가 비벼놓은 밥그릇에 숟가락을 같이 꽂아서 둘이서 맛있게 나눠먹곤 했다. 마치 만화 속 요츠바와 그 아빠처럼. 엄마는 그래서 아빠는 고추장 없으면 못 살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지금 나는 밥을 맛있게 비벼먹다가 잠깐 울컥 한다. 고추장의 매운 맛이 혀에 달착지근하면서도 싸하다. 기억이란 이렇게 작은 계기 하나로 확 덮쳐 오는 것이고, 그게 일상적이면 일상적일수록 여운은 더욱 강하다.
죽고 나서야 혹은 내곁을 떠나서야, 그제야 그립게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계속 옆에 있으면 아마 이렇게 조금은 애틋하게 생각하기가 불가능했을. 그것은 나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가능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그의 엄마가 아니고 딸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