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 우린 그렇게 서로의 위태로움을 끌어안는다 by 김비, 박조건형
2023/08/14
애인이 생기면 꼭 해보고 싶은 데이트가 있다. 바로 '새벽 산책'이다.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 걸으며 두런두런 마르지 않는 얘기를 나누고 싶다. 별 시답잖은 푸념도 좋고, 남모를 고민을 털어놔도 좋고, 꽁꽁 숨겨둔 상처나 치부를 드러내도 괜찮다. 인간은 자기 잘난 부분을 과시할 때보다 서로의 취약함을 안아주고 다독여주는 과정을 통해 더욱 깊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려한 장미처럼 한 철 반짝하고 시들어버리는 사랑 보다 그늘진 구석에서도 꿋꿋한 생명력을 내뿜는 풀 한 포기 같은 사랑.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만큼의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무한 경쟁 시대에 유약하고 소박한 사랑은 순수한 몽상으로 치부된다. 사랑을 뽐낼 자격은 SNS에 전시된 연인들처럼 어디 하나 모난 곳 없이 완벽한 피사체들이어야 한다. 타인의 눈과 귀를 불편하게 하는 사랑? 그런 사랑은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