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by 씨리얼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07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더럽게 예민하네.”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흔한 궤변이다. 언뜻 대꾸할 가치도 없어 보이지만, 이 한마디에는 잔혹한 진실이 서려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 보다 4배 빨리 가해 사실을 잊는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다. 매일같이 ‘재미’ 삼아 자행했던 폭력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장난’이란 단어도 가해자의 본심을 대변한다. 장난감을 인격체로 대하는 사람은 없다. 장난감에게 사과하는 사람도 물론 없다. 그들은 자신이 고른 장난감의 몸에 ‘담배빵’을 놓으며 낄낄대고, ‘빵셔틀’을 시키며 비웃는다. 심심해서 때리고 기분 나쁘다고 욕설을 퍼붓는다. 하루하루 쌓여 가는 가해 경험이 즐거운 추억으로 둔갑한다.

반면에 피해자들은 홀로 분을 삭인다.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이 지옥에서 나를 꺼내줄 구세주는 보이지 않는다. 외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지독한 가해의 그림자가 피해자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닌다. 가해자의 몸짓과 목소리, 따돌림에 동조한 수십 개의 눈동자들과 괴롭힘을 보고도 방관한 수백 개의 눈동자들. 너무 절박해서 차마 내뱉지 못한 고통은 삶을 통째로 집어삼켜버린다.

피해자의 상처는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세상은 너무 쉽게 용서를 종용한다. 아니, 용서라는 권력마저 가해자에게 빼앗긴다. 어릴 때 일이니까 괜찮다는 말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선처할 때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기어이 피해자의 마지막 권리까지 탈취하여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이용한다. “어려서 철없을 때 했던 행동이잖아.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왜 저렇게 속 좁게 굴어?” 졸지에 못난 사람으로 전락한 피해자는 또 한 번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급기야 자기 자신을 놓아버린다. 그렇게 소외와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존엄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몸만 어른이 된다. 

이 책은 유튜브 채널 ‘씨리얼’이 기획한 <왕따였던 어른들>의 무삭제판 인터뷰 대담집이다. 불행한 학창 시절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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