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essay)- 나는 오늘도 신발 끈을 단단히 묶는다. 그리고 돌아오기 위한 길을 담담하게 나선다.

남진열
남진열 · 뮌헨살이
2023/09/03
Ⅰ.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1,708m) 출처 : http://s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62
바람이 분다. 그 바람 속에 기타 소리가 실리고 절제된 우리의 호흡은 운율을 겹겹이 쌓아 화음을 만들었다. 환장할 것 같았다. 설악산 대청봉, 그곳에서 저마다 바라보고 싶은 곳에 눈을 두고 읊조리듯 소리를 내어 음악을 만들어 갈 때, 풋풋한 20살의 나는 황홀경에 빠졌다. 그들 중에 처녀와 총각이 눈이 맞아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벌써 시집 장가보내고, 은퇴 기념 여행으로 뮌헨까지 달려왔다. 
   
4500km, 21일 동안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낸 거리다. 그렇게 긴 거리를 싸돌아다니면 피곤할 줄 알았다. 그러나 회춘이라도 했단 말인가! 주름이라는 세월의 흔적은 분명했지만 날마다 ‘얼씨구절씨구’, 신이 났다. 그렇게 새로운 추억을 쌓아서일까, 공항에서 배웅하던 날 아슴아슴했다. 
   
Ⅱ.

2003년, 뮌헨에 정착하기 시작했을 때 이곳 사람들은 주로 지도책을 보고 목적지를 찾아갔다. 차량마다 몇 권의 지도책은 으레 비치되어 있었고 나도 워낙 길눈이 밝은(?) 편이라 지도책을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출처: https://www.lehmanns.de/shop/reisen/4624528-9783826413391-adac-maxi-atlas-deutschland
가족과 함께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처음 타 본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서 그만 길을 잃었다. 뮌헨의 11월은 17시면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리고 안개도 심하다. 덕분에 나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30분 동안이나 같은 곳을 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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