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삼쩜영] 어린이에게 선물을 사주지 마세요.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5/04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날은 생일만큼이나 중요한 날이다. 맛있는 음식과 재미난 장난감 선물을 잔뜩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용돈도 생기니 중요할 것이라 짐작했다. 나 역시 4월이 되면 5월에 선물할 장난감을 고르느라 바빴었다. 각종 어린이날 기념 할인 행사가 4월 중순부터 시작되는데 빨리 사지 않으면 다 팔리거나 배송이 늦어져서 제때 선물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늘 발 빠르게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원하는 선물을 안겨주었던 내가 달라지게 된 것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어린이날 기념방송을 보고 난 다음부터였다. 

방송반 학생들이 제작한 20xx학년도 서울 xx초등학교 어린이날 기념방송은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6학년 학생의 멘트와 함께 유치원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병설유치원생들의 활동모습을 담은 자료를 보여주며 즐겁게 뛰어놀던 유치원 시절을 상기시킨 다음 갑자기 인도네시아와 케냐의 어린이 사진으로 넘어갔다. 비영리단체와 협약을 맺고 해외아동후원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을 들려주며 '모든 어린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모든 어린이의 권리와 복지는 중요하기 때문에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서로를 사랑하자는 말에 깜짝 놀랐다. 기부야 매달 하지만 어린이날이 되면 내 아이들 선물 챙기기에 바빴던 어른들보다 더 크고 깊게 생각하는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지 궁금했는데 의문은 쉽게 풀렸다. 

학교는 10년이 넘게 해외아동들을 후원하고 있고 해마다 어린이날 기념방송에서 후원아동을 소개한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후원아동들에게 보낼 편지와 카드, 만들기 꾸러미를 모집하고 정성 가득한 선물을 만든 학생들에게는 도서대출 연체 무효 쿠폰(?) 같은 소소한 선물을 증정한다.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금방식은 전교어린이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교장 선생님은 매주 월요일마다 나눔과 사랑에 관한 좋은 그림책을 보여주시는데 낭독을 마친 후 책 관련 퀴즈를 맞힌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준다. 반대표가 교장실로 가 직접 받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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