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과 사라진 사람들을 위하여 – 부평 답사 1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0/05
사라지는 것들과 사라진 사람들을 위하여 – 부평 답사 1 
   
모든 것들은 생겨나고 사라진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지만 해 아래 사라지지 않는 것도 없다. 짧디짧은 인생이지만 그 삶 속에서도 사람들 눈 앞에서 명멸해 가는 것들은 무수하게 많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원조라 할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2012년 제작됐는데 불과 15년 전에 널려 있었던 일상 ‘소품’들을 구하느라 뜻밖의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조금 보태 말하면 웬만한 젊은이들 집에 있었던 DDR판 같은 것도 상상 이상으로 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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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유사 이래 왕년의 군대가 ‘일단 맞고’ 시작했듯, 모름지기 개발이란 ‘일단 밀어버리고’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던 대한민국 역사에서, 그것도 도시에서라면 수십 년 전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대체로 난관이다. 어쩌다 옛동산(?) 찾아들어 ‘어 30년 전에 뭐가 있었는데’ 하면 살풋 맛이 간 사람 취급 받는 것이 적절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곳을 애써 찾기도 하고 사라지기 전 모습을 눈에 담고 싶어지기도 하며, 몰라보게 변한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감회에 젖기도 한다. 지난 주에 찾은 부평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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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에는 군사 시설, 공장, 광산 등 일제 강점기 및 태평양 전쟁 유적이 남아 있는데 그 중 19개가 부평에 있다. 일제 강점기 부평 산곡동에는 일본군 조병창(造兵廠),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하면 병기창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근처에는 또 한 번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 미쓰비시(三菱)제강공장도 들어서 있었다.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여기에서도 무기를 생산했다.) 예나 지금이나 공장이 들어서면 노동자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고단한 몸을 누이고 단잠을 잘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공장 사택들이고 ‘영단 주택’이었다.


영단(営團,일본말로 에이단)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의 총동원체제 하에서 등장한 ‘관민공영’이랄지, 하여간 공영도 민영도 아닌 특수법인이었다. 기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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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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