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저 엄마보다 낫다"... 특별한 두 모녀 이야기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1/08
한 세기 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 중 한 명이었던 클라렌스 대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 인생의 전반은 부모님이 망쳐 놓고, 후반은 아이들이 망쳐 놓는다 (The first half of our lives is ruined by our parents, and the second half by our children)"고.

가족에 대해 사랑과 우애, 조화로움 등 온갖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대로의 이 삭막한 말이 유독 마음에 박히는 건 왜일까. 아마도 그의 말 안에 선명한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일 테다.
 
대로의 말 그대로 부모로부터, 또 자식으로부터 제 삶이 망가졌다고 믿는 사람이 적잖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새 가족이란 그저 아름답고, 늘 힘이 되는 숭고하고 신성하기까지 한 존재라 믿고는 하지만, 누군가에겐 정반대의 삶이 펼쳐지기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세상 무엇도 당연하지 않다. 부모의, 어미의 사랑마저도.
 
▲ 두 사람을 위한 식탁 포스터 ⓒ 필름다빈

서로를 괴롭게 하는 모녀관계로부터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가족, 그중에서도 모녀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1시간3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전라북도 깊은 산골에서 대안학교 교사이자 사감으로 일하는 박상옥과 그녀의 딸 박채영의 이야기다. 영화는 여느 모녀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둘 사이를 긴장감 있게 오가며, 딸 박채영이 겪어온 거식증의 배경을 파헤친다.

엄마 상옥은 딸에게 다가서고 싶다. 극단적인 식사 거부로 비정상적일 만큼 마른 몸을 가졌던 채영이다. 상옥은 채영을 볼 때마다 제가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 그와 같은 몹쓸 병을 겪은 게 아닐까 괴로워한다. 그녀는 제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문제의 단서를 찾아보려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리 돌아봐도 해답에 이르지 못한다.

채영의 삶은 진행 중이다. 거식증에서 벗어난 그녀는 엄마의 곁을 떠나 호주로 떠나겠다 결심한다. 호주 브리즈번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그녀의 모습을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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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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