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3/17
써주신 대로 “내가 니 애비다”라는 말이 먹히려면 아빠는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엄마도 노력합니다. 살림과 돌봄이 모든 여성의 적성에 맞는 것은 아니거든요.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모성애가 크지 않은 여성의 입장에 있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굉장한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탯줄로 연결되어 있었고 살을 찢고 피를 흘려 낳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아버지와는 다른 레벨이다라고 말하면서 정당화하면 없는 모성애를 쥐어짜 만들어낸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엄마나 아빠나 모두 실선보다는 점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부모와 신체적으로 분리된 온전히 다른 개체니까요. 

아버지와의 노력을 위해 스킨십을 이야기하셨고 그저 돕는 수준이 아닌 적극적인 아빠와 남편이 되기 위해 애쓰고 싶다는 표현을 하셨지만 역할 분담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여성의 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글에서 읽을 수 없었습니다.

0세의 아기를 키우는 가정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의식주와 놀이, 애착형성 과정, 발달사항 등 형이하학적이고 인간의 근본 욕구에 관련한 부분이 큽니다. 일일신이라 부를 정도로 아기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빠른 시기이기도 하고 그만큼 보호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님의 글에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읽히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육아를 돕는 사람의 입장’에서 전하는 말에 가깝지 육아를 실천하는 이야기가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이해했을 뿐입니다.

엄마를 실선으로, 아빠를 점선으로 인지하는 부분의 한계는 글의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납니다. 기저귀나 젖병의 위치를 매번 아내에게 물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아 이 집은 엄마가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아버지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외벌이 가정이나 아버지가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는 경우라면 다들 비슷비슷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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