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공부] 육아와 교육에 관한 고민의 기록

엑사기움
엑사기움 · 정치학도 아빠
2023/03/15
육아를 돕지 않는 남편

"나는 자기가 육아를 돕는 남편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임신을 하고 있던 어느 시점엔가 아내가 내게 툭 던졌던 말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했으나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돕는다'는 내 일은 아니지만 어떤 이유로 타인의 일을 거들 때 많이 쓴다. 내가 주관하는 일이 아니기에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상대가 요청하거나 시키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육아를 돕는 남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집안일을 포함한 육아와 관련한 일을 수동적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천진하게 "알았어!"라고 답했다. 

사실 애초에 육아를 아내에게 일임할 생각이 없었다. 아이는 엄마가 배아파서 낳고 한국의 여러 여건상 여자가 주양육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엄마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냥 아이의 엄마다. 그러나 아빠는 아니다. 아빠가 낳지도 않고,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 중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내가 니 애비다"라는 말이 씨알이 먹히려면 아빠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이 생각이 로마법에 근거한 민법에도 심어져 있다. 민법에 따르면 아내가 임신하면 그 아이는 아내의 친생자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가 있거나 말거나 남편의 친생자로는 '추정'된다. 아이와 엄마의 연결이 실선이라면 아빠는 점선인 셈이다. 점선은 노력 여하에 따라 끊기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한다.

아빠의 '노력'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나는 일을 적게 하더라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와의 스킨십을 최대한 늘리고 싶었다. 그게 아내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가져가는 방법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인생에 다시 없을 시기의 아이를 최대한 많이 봐두고 싶었다. 

2022년 5월 22일 오전 2시 22분.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너무 예뻤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자 했다. 육아에 대한 정보를 모아 아내와 공유했고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 함께 고민하고 실행했다. 그렇게 열심히 육아를 했다. 나는 육아를 돕지 않겠다는 말을 잘 지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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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근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정치사상에 입각해서 살펴보기를 좋아하고, 최근에는 아이가 태어나서 육아와 교육에 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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