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 VS 모닝빵 : 2화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3/18
풋살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시다구요?풋살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나 : prologue
축구랑 풋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시다구요? ➷ 축구는 공을 차는거고, 풋살은 공을 미는거야 : 1화
alookso 유두호
풋살 에세이를 어설픈 폼으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풋살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나’가 프롤로그의 제목인 만큼 앞으로 연재가 어떻게 흘러갈지, 감 잡을 수 없었다. 목차를 미리 세우고 연재하는 철저한 계획성이 있거나, 그런 게 없이도 글을 쓸 정도로 수십 년 공을 ‘밀어’ 몸과 마음을 부단히 단련한 것도 아니다. 단지 초보 풋살 선수의 패기와 뭐든 기록해보겠다는 욕심 하나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본업에 충실해야 하니, 적어도 한 달에 한 편을 연재하려 한다.

‘그래, 글 쓰는 거 까짓거 미래의 나를 믿자. 글 쓰면 풋살 열심히 할거고, 그럼, 실력 늘고 좋지!’. 

헬스장에서 개인 운동을 끊을 때 드는 마음이 스쳐 갔다. ‘운동하는데 이 돈을 냈으니 운동하러 안 가면 내 손해다’는 식으로 ‘셀프 고문’하는 마음이랄까. 친구는 풋살 에세이를 연재하기 위해 주말에도 글을 쓴다는 소식을 듣고 감탄했다. “건강과 돈과 커리어를 한 번에!”. 그것참 ‘갓생 챌린지’처럼 자기를 혹사시키고 쥐어 짜내어 무엇이든 만든다는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그런건 절대 아닌데, 내가 강하게 부정할수록 그렇게 보일 수 있겠네. 그건 너무 부끄럽잖아? 미디어에서 부르는 ‘갓생’의 대표 챌린지인 ‘미라클 모닝’(꼭두 새벽에 일어나서 자기 계발을 하는 것), 나라는 인간은 그보다 주말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모닝빵’을 먹는 게 더 행복한 부류라 그렇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풋살을 지난 2주 내리 쉬었다. 여기서 이미 ‘갓생’은 물 건너갔다고 본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하는 풋살이다. 바쁜 일을 평일에 끝냈거나 주말 약속이 없어 마음 편히 풋살에 가는 날은 눈이 번쩍 떠진다.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 공중에서 ‘뚜두둑’ 손목과 발목을 돌렸다. ‘어차피 운동 다녀와서 또 씻어야 하니까 그냥 갈까…’하는 마음을 이기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칫솔을 물었다.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고 전날 냉장고에 넣어둔 물통 두 개를 꺼내 출발했다.

가는 길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발라드나 클래식은 없다. 풋살장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 자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랄까. 거의 한 시간 동안 풋살을 하기 위한 마음을 다잡는 데 쓴다. 그래서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들은 대게 가사가 희망 넘치거나, 멜로디가 경쾌하고 빠르고 강렬하다.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나를 허락해 준 세상이란~ 손쉽게 다가오는 평화롭고 감미로운 공간이 아냐! 그래도 날아오를 거야~ 작은 날갯짓에 꿈을 담아~ 조금만 기다려봐~ 오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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