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공을 차는거고, 풋살은 공을 미는거야 : 1화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1/27

풋살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시다구요?풋살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나 : prologue
alookso 유두호
“은지 살 쪘네?”

오랜만에 본 조카에게 살이 쪘다니, 큰 아버지 좀 예리하시다. 하긴 지난 연휴 내내 많이 먹긴 했다. 그치만 사실 명절이 이유는 아니다. 요즘 점심 저녁으로 취재원 약속이 있어 ‘열일’하며 피자와 마라탕, 떡볶이, 전골 등을 배불리 먹고 있었으니까. 안그래도 고개를 돌릴 때마다 볼살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하고, 잠옷 바지에 여유 공간이 없어져서 살에 닿는 촉감이 달라졌다고 느끼던 참이다. 

“얼굴이 부은거야~”

나를 도와준답시고 큰 오빠 원모씨(3n세)가 한 마디 했다. 이게(?) 내 오빠다. 안 나서는 게 나았을텐데. 큰 집에 오려고 새벽에 일어나 지금은 낮인데 얼굴이 부었다니… 뭐랄까, 너무 선의의 거짓말이잖아. 그래서 답했다. ‘사는 게 행복해서 그렇다~’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고 있던 두꺼운 플리스를 벗었다. 원래 파스텔톤이 부해보이니까.

근황 토크는 내 이사로 넘어갔다. 큰 댁 근처로 이사를 한다는 말을 꺼냈다. 사촌 동생이 가까이로 온다니까, 신이 난 건 사촌 오빠다. "우리 동네 좋지. 잘했네. 내가 일요일마다 축구 하는데, 너도 올래? 내가 데리러 갈께" 신이 나 영업(?)하는 오빠에게 “나도 풋살하는데?” 라고 답하자, 대뜸 포지션을 묻는다. 공격수라고 답하자, 훗, '공격수는 원래 못 하는 애들 시킨다' 이런다. 웃긴다.

“아니야, 나 골잡이랬어! 벌써 반 년 정도 했거든?”  

맞다. 나는 공격수이고,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다. 그치만 사실 어디가서는 시작한지 얼마 안 된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 그나마도 요즘은 일이 많아 한 달에 3번 가기도 버거워서 ‘운동하고 있다.'고 말하기 머쓱해서다. 많이 못가서 실력이 안 느는건지, 실력이 안 늘어서 결석이 잦아진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축구가 최고'라는 사촌 오빠에게 질 수는 없다.  “나는 축구보다 풋살이 더 좋거든?!”

사촌 오누이의 실랑이 아닌 실랑이에 옆에 계시던 엄마가 '축구랑 풋살이 다른 거야?' 라고 물으셨다. 그렇다. 풋살은 축구와 다르다. 일단 뛰는 인원부터, 풋살은 5대5, 축구는 11대11이다. 경기장 사이즈도 축구장의 1/2~1/3 규모이다. 경기 시간도 축구의 절반이거나 더 적게 뛴다. 흥미로워하는 엄마의 표정을 보니 점점 말이 길어지면서 신이 났다. "풋살 공이 축구 공보다 작아~ 또 신발 밑창 생긴 것도 다르다고~ 축구화 신고 풋살 뛰면 안 된다~ 축구화는 찡이 박혀있어서 운동장 망가지거든." 

화룡점정, 최근에 코치님한테 배운 한 마디를 써먹는다. 이 말을 이해할 수나 있겠느냐는 우쭐한 표정으로.

“축구는 공을 차는거고, 풋살은 공을 미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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