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한 번씩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뭐 - 처음 실수는 괜찮아요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1/04
 
외식 따위는 학교 졸업식 때나 가는 대단히 특별한 건 줄 알고 지내던 학창 시절이 끝이 났다.
3월 대학 입학을 앞두고 놀면 뭐 하나 싶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떡볶이와 김밥이 주력인 분식집 유리창에 아르바이트 구함 공고가 붙은 걸 보고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말이 아르바이트지 실상 직원이나 마찬가지였다. 1996년 겨울에 한 달 일하고 백만 원을 벌었으니 말이다. 당시 시급이 3천 원이었고 (2023년 현재 시급은 9,620원이니 옛날 사람 자동 인증일세...)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12시간을 때로는 13시간을 일한 적도 있었으니. 게다가 만두까지 맛집이었던 가게는 사장님 부부가 직접 손으로 만두소, 만두피 모두 만들어 파는 곳이었는데, 만두소에 들어갈 대용량의 쪽파를 남자 사장님이 썰어내는 날에는 내 노동력은 물론, 눈물까지 쏟아붓게 했다.

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 나흘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달이 적금 붓듯 하루하루 돈은 모이고 쌓였고 드디어 월급날! 봉투에 두둑하게 배춧잎 100장을 그득 담아 주셨으니 더욱 보람찬 한 달을 보냈구나 뿌듯해졌다. 생애 첫 월급은 다들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한다던데, 이제 막 스물을 앞둔 나는 아직 쉰도 안 된 엄마께 빨간 내복은 좀 아니다 싶었다. 가뜩이나 노화가 빨리 온다고 속상해하는 엄마에게 할머니들이나 입을 법한 빨간 내복을 입힐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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