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 브레이커

수미
2024/04/01

   
 나는 집안의 분위기 브레이커다. 오랜만에 동생 가족과 만난 자리,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어른들은 소주잔을 부딪쳤다. 아이들의 고른 성장이 기분 좋은 안줏거리가 되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눈에 밟혔다. 조카를 보느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올케다. 남편이 눈치를 채고 "좀 드세요" 하며 음식이 담긴 그릇을 올케 쪽으로 밀어줬지만, 상냥한 말에 불과할 뿐 식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쌍둥이를 보던 내가 나서서 한마디 했다. "말만 하지 말고, 당신이 애들을 봐." 찬물 끼얹은 듯 분위기가 싸해졌다. "형님, 괜찮아요" 하고 올케가 어색하게 웃었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남동생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누나, 뭐 안 좋은 일 있어?"

 집을 나서며 동생은 정말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오늘 안 좋은 일 있었나?" 재차 물었고, 나는 애써 불행한 일을 떠올려야 했다. 처음으로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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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큰 소리로 웃는 여자. 에세이 <애매한 재능>,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저자. 창원에 살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라는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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