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에서 가장 경계에 서 있는 남자-명암 사이의 그늘, 양호열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 영상, 방송
2024/04/02

우리는 생의 주요한 사건들 이면에 어떤 큰 의도나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야말로 통제불가한 우리 삶에 질서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질서가 있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가 겪는 모든 불행과 행운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생을 통해 경험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우연적이고 혼란스럽다. 고난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말들을 자주 하지만 누군가는 고통 없이 성장하기도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성공하기도 하고 어떠한 계기 없이 추락하기도 한다. 많은 것들이 무작위이다. 마치 주사위 놀이처럼. 이 허무를 우리는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신이라 불리는 절대적 존재의 의지든, 아니면 특정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생 자체의 불가항력이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외부의 힘을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특정한 형태로 빚어내게 하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들로부터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 모든 불행과 행운들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생의 방향은 생각보다 더 자주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장소에서 태어나는 가, 어떤 시간들을 보내는 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사람과 마주치는 가와 같은 정해지지 않는 요소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나 청소년기의 성장이란 챕터는 이 광포한 우연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내달린다.

어떤 아이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태어난다. 따뜻한 애정도 기대도, 좋은 어른도 없는 세상이 그 어떤 개연성도 없이 주어지기도 한다. 인과가 없다는 것은 결정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실은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이 거대한 농담과도 같은 생의 허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서 아이는 빛을 향해 달려 나가기도 하고 결국은 어둠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소년은 빛도 어둠도 아닌 그늘에 서서 양쪽을 응시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바로 그 경계에 서있는 양호열...
soulandu
soulandu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영상, 방송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영상이 지겨울 때 이것 저것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주로 정리용입니다.
41
팔로워 873
팔로잉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