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3
한국전쟁의 예시를 들며 사람들은 너무 쉽게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 선거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시민들 조차 선거에 회의적이다. 반젤렌스키 진영의 사람들도 젤렌스키가 전쟁 중 치르는 선거를 좋아하지 않는 다. 어차피 젤렌스키가 이길 선거에 민주적 정당성을 얹어주는 요식행위를 위해 전쟁 중 국가 자원을 너무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문제를 살펴보자면, 먼저, 우크라이나에게는 러시아의 장거리 포격으로 부터 유권자들을 지킬 능력이 없다. 이는 한국전쟁과 러-우전을 구분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한국전쟁 중 이승만은 실효지배하고 있는 대부분의 땅에서 투표소를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투표소는 너무 적고, 그 적은 곳에 인구를 모...
실질적인 문제를 살펴보자면, 먼저, 우크라이나에게는 러시아의 장거리 포격으로 부터 유권자들을 지킬 능력이 없다. 이는 한국전쟁과 러-우전을 구분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한국전쟁 중 이승만은 실효지배하고 있는 대부분의 땅에서 투표소를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투표소는 너무 적고, 그 적은 곳에 인구를 모...
1. 우크라이나가 선거관리를 위해 군병력을 가용하면 그만큼 진군이 늦어지고 러시아가 점령지를 정돈하고 방책을 세우고 저지선을 만들 시간이 늘어납니다. 이것의 어떤 부분이 앞뒤가 안맞습니까? 어차피 뚫을 수 없다는 거면 대화를 할 필요도 없는겁니다. 러시아의 방호선을 뚫을 수 없다고 우크라이나가 판단하고 있다면 그냥 여기서 휴전협정을 해야죠. 선거는 그 다음입니다.
2. 서구의 자유민주국가 중 어떤 국가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 민주선거를 조건으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까?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후원자인 미국 여론 부터가 우크라이나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 번도 우크라이나에게 선거를 치르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역시 선거를 하면 우크라이나를 더 지원하겠다는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3. 2와 연결되어서 그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4. 어떤 부분에서 화났다고 판단하는 건지?
@taehwan199 답글을 다신줄 몰랐네요. 1. 우크라이나의 전쟁수행능력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선거관리시설조차 지키기 어려울 지경이라면 선거의 실시가 "러시아의 점령지 방호만 더 확실"하게 한다는 이유로 반론을 펼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우크라이나의 전쟁수행 능력은 이미 러시아의 방호벽을 뚫을 수 없으니까요. 다시 말해서 선거를 위해 일부 군사적 역량을 빼든 빼지 않든 상황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2. 그런데도 선거를 치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필요성 때문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게 아니라 그걸 요구하는 건 서방측입니다. 서방측은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자유민주주의' 대 '전체주의'라는 구도에 어울리는 수준의 민주적 정당성과 내부 개혁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선거를 치뤄야 한다고 요구하는 건 그런 맥락이지요.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그러한 '비용'을 치를 만한 수준에 있는가, 다시 말해서 말씀하신 '비용'을 상쇄할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3. 우크라이나의 영토반환에 대한 정당성은 민주적 절차와는 무관합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에도 이북 4도의 도지사를 지금까지 임명하며 유지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미수복지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조치든 해야 합니다. 그것이 설사 말씀하신 것처럼 난민들 등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한 국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이 문제에서 우리가 사태를 가늠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하는 건 이러한 "비용" 대비 "효과"일텐데 서구의 지원을 끌어오는 일, 내부의 동원력과 통일성을 확보하는 일 등의 여러 효과를 고려한다면 하는 게 더 좋지 않은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태도로는 저와 대화하기 어렵습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영토반환에 대한 정당성은 민주적 절차와 무관할텐데 반환요구와 선거가 무슨 상관인지. 도네츠크에서 탈출한 시민들은 우크라 전지역과 난민으로 전유럽에 퍼져있습니다. 이들을 강제로 모아 가상의 도네츠크 지역구를 만들어 투표하면 누가 알아줍니까? 우크라이나에게 더 정당성이 생깁니까? 저 역시 민주적 절차를 중요시 여기지만 적어도 이런건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반부패 정책의 동력이 된다는건 그나마 그럴듯하군요.
러시아는 도네츠크의 유권자가 모두죽어도 전쟁수행능력에 피해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가진 군사역량은 어차피 선거관련시설에 투입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선관위에 시도할 포격이 제한적이란걸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그러지 못하죠. 우크라이나가 선거준비한다고 군사역량을 유권자보호에 쓰면 러시아의 점령지 방호만 더 확실해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점령지 선거와 피침략국 선거를 동일시하다니 황당합니다
이미 러시아는 올해 9월에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의 4개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지방선거를 치뤘습니다. 투표 도중에 헤르손에서는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는 곳에 미사일 폭격이 가해지며 선관위가 예비 비행장으로 도피하는 등의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러한 군사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4개 점령지에서 지방선거기 치뤄졌고 올해 11월에 푸틴은 점령지에서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까지 했습니다. 사실상 완전한 편입을 하겠다 선포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로의 반환을 요구한다면 더더욱 선거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미사일이 날아드는 상황에서도 러시아는 선거를 감행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건 요식행위처럼 보일지라도 중요하고, 글에서 적었듯이 젤렌스키의 반부패 투쟁이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그것을 내놓고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이정도가 제 생각입니다.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