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라서 다행이야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2/15
"나  좀 나갔다 올께. 내일 눈 많이 온다는데 눈 부는 기계가 작동이 안돼. 고치러 가야겠어."

그 소리에 내 마음엔 벌써 심술이 차오른다.

"기름값 비싸다 하지말고 볼 일 좀 한꺼번에 몰아서 보소.!"

오전에도 철물점에 뭔가를 산다고 내려갔다 왔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집이 산 속이긴 하지만 읍내 저잣거리까진 6~7분이면 되는 거리다 보니 하루에 두 세번 들락거리기 일쑤다.
남편 성격에 필요한게 있으면 느긋하게 이것저것 모아서 한 번에 내려가질 못하고 생각나면 나는대로 째까닥 가서 사와야 하는 성격이다 보니 산길이 닳토록 오르내린다.

"이제 생각난 걸 어떡해. 낼 눈 오기 전에 고쳐와야지"

그 생각이란 건 왜 제때에 떠오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밤새 빗소리가 잠결에 들렸다. 웬 겨울비가 저리 오누...
예상대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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