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대한 클리셰들] 부동산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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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By 양동신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늘 대화를 길게 이어나갈 수 있는 주제가 된다. 누구나 자가든 임차든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직관적인 판단 혹은 지엽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많이 존재한다. 부동산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 저녁 밥상에 소주 한 잔 걸치며 대화하는 수준에서 그치면 괜찮지만, 청와대나 국회와 같이 시장경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마저 그러한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 기준 2020년 주택 시가 총액은 5,723조 원인데, 이는 우리나라 유가 증권 시장 및 코스닥 시장의 시가 총액을 모두 합친 2,365조 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증권 시장의 경우, 매일같이 정책 금리, 환율, 국제 유가, 통화량, 장단기 금리 차, 외국인 수급 등 다양한 요인을 가지고 시장의 변화를 해석하게 된다. 이렇게 복잡한 변수들이 수시로 변화하다 보니 금융 정책에 있어 쉽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거나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분석을 하더라도 대부분 후행적인 것인지라, 독립 변수와 종속 변수 사이의 어떠한 인과 관계를 단언하는 전문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부동산 시장 역시 직관이나 자신의 경험에만 근거한 판단은 잠시 접어 두고 체계적 분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워낙 크다 보니 혼란 요인이 많고, 정책의 시차가 커서 장기간 분석을 요구하는 것이라 실험을 통한 타당성 검증이 어렵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분석하고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부 동산 정책에 깊이 관여한 김수현의 저서 『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2』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괜찮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본 책의 저자를 보는 순간 흥분해서 무슨 말이냐고 하면서 따지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다만 확실히 구분하고 싶은 부분은 저자의 정책과 저서는 구분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8월 김 전 실장은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라는 말과 함께 향후 5년간 부동산 시장을 새로운 구조로 안착시키는 데 자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과는 KB부동산 서울종합주택매매가격지수 기준 2017년 5월(문재인 정부 시작 시점)부터 2021년 9월 현재까지 아파트 가격이 57% 상승했다는 것이다. 전수 조사가 아닌 표본 조사이다 보니 통계에는 늘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이전 정부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상승이었다. 김 전 실장의
정책에 대해서는 변호할 생각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부동산의 상품화

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유독 한국에서만 부동산이 이렇게 가격 등락이 심하고 상품으로 거래가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다른 서구 선진국 역시 지난 20년간 50-250%의 주택 실질 가격 상승을 경험하였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S&P(Standard & Poor’s)에서 매달 발표하는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를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금융 위기 이후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명목 가격 상승이 일어났다. 주택의 금융화는 선진국에서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원인인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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