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릴적 시절이 가물거린다. 시골의 한적한 집에 돌계단 위에 마루에 무릎을 감싸안고 앉아서 처마를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온갖 상념이 사라진다. 낙숫물을 보고 온 우주가 담겨졌고 그 순간은 영원했다. 지금은 어딜가도 찾아보지 못할것 같은 풍경이지만 혹여나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에서는 그럴만도 하겠다. 

영상이나 사진속의 시골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소박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그렇지만 도회지가 아닌 그 시절의 일상적인 생활은 그렇지가 못했다. 봄철에 비가오면 때 맞춰서 고구마 줄기를 심고 여러 다른 작물을 심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밭에 거름을 준비하고 논에는 물을 대어 써레질로 못자리를 만들고 볍씨를 뿌려 모를 키우면 모내기 후에 여름엔 보리타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