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극단적 선택은 줄고 있습니다, 20대만 빼고요

2021.10.11.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5.7명으로 2019년(26.9명)보다 줄었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각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다행인 결과입니다. 자살률 감소는 2011년 31.7명으로 최악의 수치를 기록한 뒤 매년 대체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에서 벗어난 연령대가 있습니다. 20대입니다. 지난해 20대의 자살률은 21.7명으로 19.2명이었던 2019년보다 1.5명 늘었습니다. 1년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20대의 비율이 7.8% 늘어난 겁니다. 0.2명이 늘어난 30대 외에 성인 가운데 자살률이 늘어난 연령대는 없었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아직 올해 자살률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살률을 추정할 자료는 나왔습니다. 국정감사가 진행중인 국회에서 나온 자료입니다. 극단적 선택이나 자해 시도로 응급실에 찾은 20대는 올해만 5567명입니다. 상반기 집계건수를 단순히 2배씩 곱해서 전년도와 비교할 때 11.2% 증가했습니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다른 연령대에도 적용해보면 20대에 올해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30대는 거의 같고, 그 이상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10대는 증가율이 20대보다 높습니다. 다만 10대는 자살자 수(200~300명) 자체가 매우 적어서 통계를 분석하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기사에는 자살률 통계로 가기 전에 20대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 지 말하는 통계가 들어있습니다.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증가 및 진료건수 압도적인 1위이고 학자금 연체도 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6월 10.7%로 21년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요즘 20대를 호출하는 곳이 많습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어디서 포럼만 하려해도 20대 한 명 섭외해서 앉히는 게 트렌드입니다. MZ세대가 세상을 뒤흔드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지난 4월 지방선거를 계기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대가 뭉쳐 (좋게든 나쁘게든) 판을 뒤집었다는 얘기죠.

하지만 90년대생으로서 느끼는 건 20대에겐 그럴 기력이 없습니다. 이건 한두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한 세대 내에 넓게 퍼진 집단의식입니다. 20대를 떠올리면 화가 잔뜩 난 세대를 떠올립니다. 제가 느끼는 20대는 적극적이면 냉소, 보통은 포기 그 사이를 오갑니다. 

취업도 안되고 내집마련은 어렵고 연대나 공동체 활동을 꺼리는 개인주의적 세대가 '동원' 될 에너지가 남아있을까요? 

이대남 현상이 '에너지'라고 과대평가한 건 기력이 넘치는 기성세대 뿐이었습니다. 이 세대에는 그런 활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요즘 20대는 남자, 여자끼리 왜 그렇게 싸우나 몰라' 하지만 통계는 둘 다 가장 극단적 선택을 많이 하는 집단이라고 말합니다. 왜 이런데서 합을 맞추는 지..

<절망의 죽음>이란 책에서 백인 남성의 사망률 증가를 분석한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은 '절망사'(death of despair)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알코올중독, 약물남용, 극단적 선택은 현상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입니다. 양극화와 버려졌다는 절망감, 빈곤 문제 등 같은 원인을 공유한다는 거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또래 20대를 떠올렸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식으로 태어나 70만명(지금은 30만명대)이 수능을 보고 경쟁하고 졸업 시점에 쏟아져 나올 땐 공채가 사라진 세대, 코로나19로 장기 실업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세대입니다. 또 바로 제가 겪는 '친구'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시한부 선고는 부정, 분노, 협상, 우울을 거쳐 수용 단계로 간다고 합니다. 20대는 어디 쯤에 있을 지 씁쓸해집니다. 여러 문제의 한복판에 놓인 세대의 상황을 한 기사에 담는 게 정말 마음이 무겁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