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뷰
지역에 산다는 것
들어간 사람은 많지만 나온 사람은 없다; 분교
2022/12/23
1. a personal problem
나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출신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이 단순한 한 마디의 말을 하기까지, 18년의 시간이 걸렸다. 어떤 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새삼스레 무슨 이야기냐는 얼굴을 했고, 누군가는 또 '그래서 뭐 어쩌라고', 또 누군가는 '??갑자기?'따위의 반응을 하곤 했다. 당연한 일이다. 무슨 '아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도 아니고, 뭐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정보라고 대단한 반응씩이나 나왔겠는가. 이걸 깨닫기까지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 18년이었다. 따라서, 이 연작은 근본적으로 대학, 대학원, 취업 등 스무살 이래의 내가 거쳐온 모든 삶의 과정에서 나를 짓눌러온 자격지심에 대한 탐구이다.
'분교를 나왔다는 사실'은 왜 나를 짓눌렀는가. 생각해보면 어떤 동창생은, 분교 '출신'이라는 것에 아무런 미련이나 아쉬움, 회한 없이 잘만 살고 있다. 출신 학과와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이른바 '지거국'이하의 '수준낮은 지방 사립대', 또는 전문학사만을 취득한 친구들도, 출신학부의 문제로 괴로움을 짊어지고 사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이른바 명문대를 나온 친구들이라 한들 해맑은 것은(당연히)아니어서, 한양대 출신들은 '연고대'출신에게, '연고대'출신들은 서울대 출신에게, 서울대 출신은 의치대생들에게 컴플렉스를 느끼는 연쇄가 적잖이 작용한다. 점수에 집착했을수록, 가능성이 눈앞에 있었을수록 그 회한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통한을 듣는 내 입장에서는 배부른 투정이며 한가한 헛소리들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 말은, 당연하지만 나에게도 적용된다. 이 연작에 대한 기획을 처음 이야기했을 때, 전문대 출신의 한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형이 배가 불러서 그래." 그 말에 들어있는 뼈가 워낙 강고해서, 나는 곧바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 엄청난 커밍아웃을 하는 것 처럼 오만상을 구겨놓고 한다는 소리가 '나 사실 세종캠 출신이야'였을때 그가 느꼈을 허탈함을,...
연대 원주캠퍼스에 대해 이래저래 직접 겪어본 게 있어서 오랜만에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연대 정 뭐시기 총장이 미래캠 지을 때 언론 인터뷰에서 원주캠에 대해 뭐라고 표현했었는지, 원주캠 경제학과 이 아무개 교수님이 자기 수업 듣는 학부생들을 무슨 영어단어로 표현했다가 학생사회에 논란이 되었는지, 원주캠 남자화장실 칸막이에 어떤 내용의 낙서가 절절하게 적혀있었는지, 원주캠 자기계발 동아리의 홍보 스티커에서 무슨 내용으로 가입을 호소했었는지, 고려대와의 정기전 시즌만 되면 학교 분위기가 어땠었는지... 그래서 세종캠의 분위기도 대충 그림이 그려집니다. 늦게 봤습니다만 앞으로의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긴 댓글이 필요한 순간이 종종 있잖아요. 막퀄 저퀄이라도 뭐… 커텐처럼 쓰이기도 하고요? ㅋ
나이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학벌만 남은 사람들‘도 제법 있더라고요. 쟨 저 학교 나와서도 잘 산다는 말을 무기처럼 휘두르죠. 자매품, 학력세탁 성공했네/ 스카이출신이랑 결혼하더니 잘 사네/공부 못해도 먹고 살만한 세상이라니 많이 좋아졌다…
학벌이 좋아도 경제적 사회적 자산을 갖추지 못한 혹은 불만족하는 사람들의 학벌 집착은 광기처럼 여겨질 때도 있어요.
한대는 2017년 미네르바 캠퍼스 때 처음으로 인지했거든요. 변화에 적극적인 학교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에리카 이야기 기대됩니다.
홧팅……
어머나 긴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타협하는 지점…이 미치게 하는게 있지요. 저도 그래서 대학원을 다른데로 가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학벌문제는 정말 볼드모트같아요.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그 거대함을 알고, 그 거대함에 굴복되어있습니다. 분교같은 경우는 가장 애매한 포지션 같아요. 학벌의 권위를 빌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걸 누구나 알거든요. 그 애매함을 당사자로서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자기연민의 글로 읽히지 않았으면, 또는 쓰지 않았으면 싶구요.
한편, 앞으로 쓰게 되겠지만, 캠퍼스별로 다른과를 설림한 케이스들, 예컨대 한대 에리카,은 또 전혀 다른 차원같더라구요. 앞으로 잘 써보겠습니다. 감사해요!
지잡대 등판했어요 ㅋ
고대는 양반이네요. 연대는 아시겠지만 원캠이랑 신촌캠이랑 과 이름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과 이름만으로 어느 캠인이 알 수 있도록, 완벽한 문신이죠. 원캠을 졸업하고 신촌캠으로 대학원 진학을 한 사람들의 위축을 알고 있어요. 전 지거국 출신으로 연대에서 박사과정을 했거든요. 입 닫고 눈 감고 귀 막고 숨죽이고 살아야 하죠. 그…타협해야 하는 지점이 절 좀 미치게 한 부분도 있고요.
학부생들이 신촌에서 학점을 망치면 원주에서 계절학기로 재수강을 하기도 해요. 채플 같은 과목은 졸업에 지장을 주니 어떻게든 들어야 하고 신촌에 개설 안 되면 원주로라도 가서 들어야 하니까요. 겨울에 스키도 탈겸 꽤 나쁘지 않은 심정으로 계절학기를 들으러 가는 학생들이 과거에는 제법 있었어요. 그런데 원주 출신은 신촌 대학원 입학만해도 욕을 먹었어요. 잘하면 잘한다고 욕 먹고 못하면 원주 출신이라 못한다고 욕 먹던 사람들은 취업 후에도 연대 동문회에 발을 잘 들이지 못합니다. 학부 입학 성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카르텔 속에서 그들의 자리는 좁았어요.
대학을 완벽한 서열관계로 만들고… ‘난 걔 원캠인데 잘 풀리는거 재수없어.’라는 말이 차별과 폭력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님 글을 읽으니 그게 떠오릅니다.
전 의대에서 박사과정을 해서 거기에 의사와 비의사 학생이라는 또다른 서열에서 바닥…… 의사 출신은 신촌 출신과 원주 출신의 차별, 연대 출신과 비연대 출신의 차별… 여성과 남성의 차별…
아이들 진학은 본인이 원하면 도와주겠지만 내가 의도적으로 학벌을 위해 의지를 가지고 먼저 뭘 하진 않겠다고 하면 어떤 친구들은 그래요. 무슨 소리냐 니 학벌이 별로니 애들은 어떻게든 만들어줘야 한다고요. 학벌주의 사회에 반대하는 제 진의는 사라져버리고요. 사회는 서울대와 기타대로 구분되는데 서울대를 나온 친구가 학벌 집착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면 니가 뭘 아냐고 비웃죠. 학벌이 문제라고들 떠들어대지만 학벌은 약간 볼드모트처럼 여겨지는 부분이 있어요.
성적이면 다 될 것처럼 굴고 학교 이름이 성공과 직결된다고 배웠는데 살아보니 아니더라고요. 학교빨은 길어야 10년… 그 다음은 본인의 몫이고 경제력인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대다수 특정 몇몇 학교에 집중되는 현상이 이걸 가려버리는 부분도 있지 않나 짐작할뿐입니다. 근데 공부는 또 뭔가요. 공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단순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는 것 같고요. 원하는 일을 위해 학교를 찾아야 하는데 무슨… 서울과 지방으로 이분하듯 대학도 똑같이… ㅠ ㅠ
암튼 이런 연유로 애들을 자유롭게 키웠는데 아들이 얼마 전에 영과고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영과고-카이스트/서울대, 하나고-서울대 이야기를 하며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요.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이 꼭 그 트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과정이 있다고 말해도 아이는 또래의 말이 더 중요한가봐요.
‘엄마 말이 진짜라면 왜 학교설명회를 영과고 하나고 선배들만 와서 해? 얼마 전에 멘토링 봉사 온 선배형도 서울대 다니는데 하나고 나왔대.‘ 바늘 구멍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게 만드는 시스템은 꽤 견고하고 정책만으로 바꿀 순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변화가 있어도 쉽게 가려지거나 안 보려고 하고요. 모두가 갈수는 없는 길이지만 제일 쉽고 단순하고 깔끔한 길이 학벌이잖아요. 통과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거대한 학벌게임판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뭐랄까… 위로가 됩니다.
맥락을 제거하고 문제되는 부분만 집어서 상대를 혐오자로 몰아 논쟁에 우위에 서고, 그걸 집어낸 예민함에 도취되는게 평소엔 유용하겠지만 얼룩소에서도 지속가능할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인용조차 말라는 것은 전혀 수용할 생각 없고요. (아예 당사자로서 “지잡대”라고 인용할걸 그랬네요 생각해보니.)
여하간, 읽고 싶으신대로 읽으십시오. 저는 쓰던 대로 쓰겠습니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3천자 넘는 글에서 그 문장만 따다 혐오표현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고요, 사실조차 아닙니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 전부 혐오는 아닙니다. 혐오표현이라 한들 인용구로 처리했습니다.따라서 수정하거나 앞으로 조심할 생각 없습니다. 충분히 신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주 언급을 말라시면 차라리 글을 접겠습니다.
지잡대 등판했어요 ㅋ
고대는 양반이네요. 연대는 아시겠지만 원캠이랑 신촌캠이랑 과 이름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과 이름만으로 어느 캠인이 알 수 있도록, 완벽한 문신이죠. 원캠을 졸업하고 신촌캠으로 대학원 진학을 한 사람들의 위축을 알고 있어요. 전 지거국 출신으로 연대에서 박사과정을 했거든요. 입 닫고 눈 감고 귀 막고 숨죽이고 살아야 하죠. 그…타협해야 하는 지점이 절 좀 미치게 한 부분도 있고요.
학부생들이 신촌에서 학점을 망치면 원주에서 계절학기로 재수강을 하기도 해요. 채플 같은 과목은 졸업에 지장을 주니 어떻게든 들어야 하고 신촌에 개설 안 되면 원주로라도 가서 들어야 하니까요. 겨울에 스키도 탈겸 꽤 나쁘지 않은 심정으로 계절학기를 들으러 가는 학생들이 과거에는 제법 있었어요. 그런데 원주 출신은 신촌 대학원 입학만해도 욕을 먹었어요. 잘하면 잘한다고 욕 먹고 못하면 원주 출신이라 못한다고 욕 먹던 사람들은 취업 후에도 연대 동문회에 발을 잘 들이지 못합니다. 학부 입학 성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카르텔 속에서 그들의 자리는 좁았어요.
대학을 완벽한 서열관계로 만들고… ‘난 걔 원캠인데 잘 풀리는거 재수없어.’라는 말이 차별과 폭력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님 글을 읽으니 그게 떠오릅니다.
전 의대에서 박사과정을 해서 거기에 의사와 비의사 학생이라는 또다른 서열에서 바닥…… 의사 출신은 신촌 출신과 원주 출신의 차별, 연대 출신과 비연대 출신의 차별… 여성과 남성의 차별…
아이들 진학은 본인이 원하면 도와주겠지만 내가 의도적으로 학벌을 위해 의지를 가지고 먼저 뭘 하진 않겠다고 하면 어떤 친구들은 그래요. 무슨 소리냐 니 학벌이 별로니 애들은 어떻게든 만들어줘야 한다고요. 학벌주의 사회에 반대하는 제 진의는 사라져버리고요. 사회는 서울대와 기타대로 구분되는데 서울대를 나온 친구가 학벌 집착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면 니가 뭘 아냐고 비웃죠. 학벌이 문제라고들 떠들어대지만 학벌은 약간 볼드모트처럼 여겨지는 부분이 있어요.
성적이면 다 될 것처럼 굴고 학교 이름이 성공과 직결된다고 배웠는데 살아보니 아니더라고요. 학교빨은 길어야 10년… 그 다음은 본인의 몫이고 경제력인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대다수 특정 몇몇 학교에 집중되는 현상이 이걸 가려버리는 부분도 있지 않나 짐작할뿐입니다. 근데 공부는 또 뭔가요. 공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단순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는 것 같고요. 원하는 일을 위해 학교를 찾아야 하는데 무슨… 서울과 지방으로 이분하듯 대학도 똑같이… ㅠ ㅠ
암튼 이런 연유로 애들을 자유롭게 키웠는데 아들이 얼마 전에 영과고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영과고-카이스트/서울대, 하나고-서울대 이야기를 하며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요.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이 꼭 그 트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과정이 있다고 말해도 아이는 또래의 말이 더 중요한가봐요.
‘엄마 말이 진짜라면 왜 학교설명회를 영과고 하나고 선배들만 와서 해? 얼마 전에 멘토링 봉사 온 선배형도 서울대 다니는데 하나고 나왔대.‘ 바늘 구멍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게 만드는 시스템은 꽤 견고하고 정책만으로 바꿀 순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변화가 있어도 쉽게 가려지거나 안 보려고 하고요. 모두가 갈수는 없는 길이지만 제일 쉽고 단순하고 깔끔한 길이 학벌이잖아요. 통과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거대한 학벌게임판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뭐랄까… 위로가 됩니다.
어머나 긴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타협하는 지점…이 미치게 하는게 있지요. 저도 그래서 대학원을 다른데로 가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학벌문제는 정말 볼드모트같아요.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그 거대함을 알고, 그 거대함에 굴복되어있습니다. 분교같은 경우는 가장 애매한 포지션 같아요. 학벌의 권위를 빌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걸 누구나 알거든요. 그 애매함을 당사자로서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자기연민의 글로 읽히지 않았으면, 또는 쓰지 않았으면 싶구요.
한편, 앞으로 쓰게 되겠지만, 캠퍼스별로 다른과를 설림한 케이스들, 예컨대 한대 에리카,은 또 전혀 다른 차원같더라구요. 앞으로 잘 써보겠습니다. 감사해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3천자 넘는 글에서 그 문장만 따다 혐오표현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고요, 사실조차 아닙니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 전부 혐오는 아닙니다. 혐오표현이라 한들 인용구로 처리했습니다.따라서 수정하거나 앞으로 조심할 생각 없습니다. 충분히 신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주 언급을 말라시면 차라리 글을 접겠습니다.
긴 댓글이 필요한 순간이 종종 있잖아요. 막퀄 저퀄이라도 뭐… 커텐처럼 쓰이기도 하고요? ㅋ
나이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학벌만 남은 사람들‘도 제법 있더라고요. 쟨 저 학교 나와서도 잘 산다는 말을 무기처럼 휘두르죠. 자매품, 학력세탁 성공했네/ 스카이출신이랑 결혼하더니 잘 사네/공부 못해도 먹고 살만한 세상이라니 많이 좋아졌다…
학벌이 좋아도 경제적 사회적 자산을 갖추지 못한 혹은 불만족하는 사람들의 학벌 집착은 광기처럼 여겨질 때도 있어요.
한대는 2017년 미네르바 캠퍼스 때 처음으로 인지했거든요. 변화에 적극적인 학교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에리카 이야기 기대됩니다.
홧팅……
맥락을 제거하고 문제되는 부분만 집어서 상대를 혐오자로 몰아 논쟁에 우위에 서고, 그걸 집어낸 예민함에 도취되는게 평소엔 유용하겠지만 얼룩소에서도 지속가능할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인용조차 말라는 것은 전혀 수용할 생각 없고요. (아예 당사자로서 “지잡대”라고 인용할걸 그랬네요 생각해보니.)
여하간, 읽고 싶으신대로 읽으십시오. 저는 쓰던 대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