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08/29
처음 N번방에 관한 기사가 나왔을 때 갓갓이나 박사 같은 사람들의 악질적인 수법에도 놀랐지만 최대 26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한국 사회가 어떻길래 성착취 촬영물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났는지 이해가 어려웠는데요. 갑자기 사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해 성착취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눈을 감아버린 'N번의 순간들'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경향신문의 기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범행을 한 이들은 세운상가에서 실어나른 인식을 딛고, 성착취 수익모델·유포 협박·미성년자 유인 등을 전부 합쳤다. 익숙한 문법을 엮어 ‘디지털성범죄 종합판’을 만들었다. 범죄를 ‘장르’나 ‘유행’쯤으로 여기는 사이 피해는 불가역적으로 커졌다.

‘빨간 비디오’가 ‘n번방’이 되기까지…눈감아준 ‘n번의 순간’들이 ‘성착취’ 만들었다 / 김희진 / 경향신문

게다가 피해자는 고통을 받은 만큼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높길 바라지만 정작 처벌의 수준은 피해자가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판을 거치는 동안 가해자들은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죄한다” 같은 말을 서슴없이 반복한다. 피해 회복에 진심을 담은 사과가 필요하다지만, 재판 상황을 보면 이들의 사죄는 ‘진지한 반성’보단 자신을 위한 전략에 가깝다.
조주빈은 사죄의 뜻을 담은 수많은 반성문을 냈다. 그러나 정작 재판에선 “피해자에게 협박이나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굳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내고는 했다. 재판을 모니터링하는 시민들은 피해 사실을 다시금 진술하도록 하는 이런 행위가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해자들은 ‘합의’에도 애쓴다. 여전히 양형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주빈은 합의에 나서 2심에서 형량을 낮춰 받았다. 당시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전한 피해자는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 힘들어하는 많은 피해자들을 잊지 말아 달라. 형량을 낮추지만 말아달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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