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이 돌아왔다. 더 지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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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이 돌아왔다. 더 지독하게

①텔레그램은 또 ‘갓갓’을 만들었다

2021년 텔레그램

“올해 텔레 판을 뒤집어 놓은 장본인, 거느리는 직원 수만 2명, 여자 노예 11명, 남자 노예 3명. 초등학교 학생에게 인분을 먹이고 영상을 촬영 시킨 극악 무도한 인물, 악랄함이 조주빈급이라 텔레그램이 경찰에 협조할 시에 검거 대상 1위 ‘엘’”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메시지는 원본 메시지를 재구성했습니다.) 지난해 12월 8일, 익명 게시판 형식의 <텔XXX>이라는 대화방에 위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 대화방의 참여자 수는 4천800명(2022년 8월 29일 기준)이 넘는다. 

엘은 성착취범이다. 텔레그램의 각종 대화방에서 엘을 검색한 결과, 2020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년간 텔레그램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 본인이 직접 성착취를 저지르고 영상과 사진을 유포했다. 그는 소위 ‘네임드’(named, 유명한) 성착취 가해자가 됐다. 위 글이 올라온 대화방에 “엘 노예 ○○녀 자살했다고 함”, “○○녀 영상 있냐” 따위의 익명 제보가 올라왔다.

텔레그램의 ‘네임드 성착취자’는 닉네임 ‘갓갓’, ‘박사’(각각 문형욱, 조주빈)였다. 이들이 잡힌 후 텔레그램 성착취 생태계는 뿌리가 뽑혔을까? 그렇지 않다. ‘네임드’는 생태계의 꼭대기에 있는 성착취범이다. 이들은 가장 유명하고 눈에 띄기는 하지만,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다. ‘갓갓’과 ‘박사’는 사라져도 생태계의 뿌리와 몸통인 ‘시청자와 소지자’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들이 성착취 생태계를 구동시키는 가해자다.

가해자들은 늘 ‘신작'(신작이란 새로운 성착취물을 의미하는 가해자들의 은어다)을 원했다. 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의 성착취물 유포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이들은 새 성착취물 유포를 기다렸다. 이런 생태계가 남아있는 한, 새 성착취물을 만들어 뿌리는 ‘제작자'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그게 엘이었다. 이 생태계의 꼭대기에 있는 ‘제작자' 엘의 등장으로, 2021년 텔레그램 성착취 생태계는 ‘N번방’과 ‘박사방’의 시대가 부활한 모습이었다.


원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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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성착취 활동가 추적단불꽃 단, alookso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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