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는 왜 함정이 되었나? - ‘열외교육‘의 역사

연혜원
연혜원 인증된 계정 · 투명가방끈 활동가, 사회학 연구자
2023/01/31
열외교육이란 진입한 순간부터 경쟁에서 열외당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교육과정이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상회하는 사회라면 입시 이외 모든 교육이 곧 열외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직업교육은 열외교육의 대표격이다. 즉 직업교육을 주로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학생은 경쟁에서 일찌감치 열외당하고 만다.
2000년대 초, '실업계'하면 흔히 떠올리던 이미지는 납땜이었다. pixabay
특성화고는 언제부터 열외교육을 가르치는 장소가 되었을까? 제도의 변천사에 답이 있다. 현 특성화고의 뿌리는 실업계고다. 실업계고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 독립 후엔 국가의 경제발전계획과 민간의 산업 인력 수요에 부응하는 ‘산업역군’ 양성소였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행되면서 경공업에 필요한 기능인력 양성이 필요했고 실업계고 또한 우후죽순 늘어났다. 1969년엔 실업계고가 전체 고등학교의 52%, 학생 수는 45%에 이를 정도였다. 1970년대엔 중화학공업의 국가 투자가 이뤄졌고 이때 또한 학교와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실업계고가 쇠퇴하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국가 주요 산업이 노동집약 산업에서 기술집약 산업으로 넘어갔다. 손보다 머리가 중요해진 셈이다. 실업교육정책도 고등학교 교육에서 이공계 대학교 중심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대학교 수도 늘었다. 교육부가 2013년에 대학설립을 허가제로 돌릴 때까지 무려 63개 이상의 대학교가 신...
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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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가방끈 활동가이자 사회학 연구자. 연구로 <능력주의 사회에서 공업고등학교 학생의 성인이행기 전략>(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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