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렸다는 사람들에게... 홍상수 신작 속 커플 이야기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18
싫어하는 태도가 있다. 누군가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대면할 때 흔히 발견되는 태도다.
 
낯선 것을 마주하여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이가 보이는 태도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제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제 인식의 틀, 수용의 크기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 이해의 폭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이해되지 않는 것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태도다. 물론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해는 내가 주체가 되는 일이다. 외부의 사물이나 개념, 사건을 마주하여 나의 의식 아래 분별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물과 개념, 사건은 모두에게 같은데, 각자가 포용할 수 있는 크기는 천차만별이게 마련. 누구는 이해하는 일을 다른 누구는 이해하지 못하는 데는 이러한 연유가 자리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좀처럼 저를 돌아보지 않는다. 저는 고정된 무엇으로 놓아둔 채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그를 이해한 이들을 손가락질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저의 부족함이 문제의 원인인데도 남을 탓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태도는 바로 이것이다.
 
▲ 여행자의 필요 포스터 ⓒ 전원사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대면했을 때

홍상수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를 보며 이를 떠올렸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대면했을 때 쉬이 내가 아닌 남을 탓하려 드는 태도 말이다. 충분한 이해와 판단에의 노력을 들이지 않은 채로 빨리 결정짓고 돌아서는 것, 그로부터 저의 세계를 확고히 유지하려드는 그 늙음과 고집스러움을 나는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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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여자(김승윤 분)는 이리스 앞에서 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피아노를 연주한다. 이리스는 그녀에게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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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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