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학교에 갈 너에게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1/12/16
며칠 전에 써놓은 편지글이 생각나 올려봐요. 성적으로 진학으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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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된 지 벌써 나흘이 지났는데 오늘에서야 너가 곧 여덟 살이라는 걸 깨달았어. 얼마전 취학통지서를 인터넷에서도 뽑을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어. 가만히 기다리면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해서 엄마는 기다리기로 했어. 우편으로 받으면 너가 곧 학교에 가는 게 더 실감날 것 같았거든. 

그러고보니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못했네. 책상도 그렇게 사달라 했는데 여전히 고민만 하고 있어. 가방도 사야하고 필통도 사야하겠지. 

넌 가끔 빨리 학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하지. 숙제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며, 빨리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얼마전에는 또 그랬지. 나 공부하고 싶어. 근데 엄마가 안 시켜줘. 친구들은 다 공부한다는데. 너의 말을 들으면서 머릿속에 정말 많은 생각들이 오갔어. 그래서 내가 물었지. 친구들이 공부한대? 응 공부하면 게임도 할 수 있대. 친구들은 공부가 재밌대? 아니 재미없대. 안 하면 혼나고 게임도 못하니까 해야한대. 현이는 공부가 하고 싶은 거야 아님 게임이 하고 싶은 거야? 흠… 공부도 하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어. 

아직 휴대폰 게임을 해본 적 없는 너에게 엄마는 참 감사해. 유치원에서 방과후 시간에 게임을 한 적이 있다고 했을 때 엄마는 너무 놀랐어. 선생님께 확인해보니 유치원 행사와 연관된 게임이어서 아이들에게 하게 했다는 답변을 들었지. 그때 선생님이 엄마에게 묻더라. 현이 정말 게임 안 해요? 그 순간 깨달았어. 게임을 하지 않는 유치원생이 희한한 세상이라는 걸. 

너는 몇 번 내게 물었지. 게임을 하면 안 되냐고. 동생도 있고, 하원 후 놀 수 있는 시간이 짧기도 하고, 아직은 좀더 활발한 놀이를 하기 바라는 마음에 엄마는 아직 너에게 게임을 허락한 적이 없어. 너는 이런 엄마의 생각을 잘 들어줬지. 떼쓰지 않았고. 늘 고마워. 그럼에도 게임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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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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