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제언 · 뭣도 아닙니다
2022/03/28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한글은 문자고 표기체계입니다. 루시아님이 걱정하시는 건 아마 한국어겠죠?

세종대왕님이 멍멍이를 댕댕이로 부르는 후대를 보고 뭐라 생각할까요? 내가 기껏 만들어 놓은 훈민정음을 후대놈들이 망가뜨리고 오염시킨다고 생각할까요? 훈민정음의 창제이념은 애민과 실용이었습니다.

애민은,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실용은,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려고 할 따름이라 합니다.

제 생각엔 세종대왕님은, 내가 만든 글자가  글로 자기의 뜻을 널리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정도를 넘어서 너무 쓰기 편하고 가지고 놀기도 좋을만큼 쉬운, 지금의 상황을 몹시 흐뭇하게 보고 계실거라 확신합니다.

요즘 애들 말 못알아 듣겠다고 하는 거, 소크라테스 시절에도 요즘애들 버릇없다 하던 것처럼 옛날옛적부터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거 훼손 아닙니다. 형광등, 속도위반, 꼰대, 삥땅친다, 남대문 열렸다 지금은 관용어구처럼된 말들도 처음엔 은어였습니다. 그 시대의 수많은 유행어들 가운데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말들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이죠. 이런 말들이 한글을 오염시킨다는 걱정은 기우라 생각합니다.

SNL에서 몇 해 전 소재로 쓰였던 급식체의 경우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어쩌고~~'하면서 각운을 맞추는 유치한 말장난이었습니다. 그 때도 나이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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