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쓴 편지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2/04/01

해변을 걷고 있어요 밀려드는 바람은 
아직 차네요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어놓은 신발에 넣어둡니다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흰 머리카락 같은 파도를 봅니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모래를 밟으면
파도 소리와 검은 바다뿐입니다
유리병 편지를 가만히 파도에 내려놓습니다
우리 저마다 다른 섬들을 향해 편지를 보내고 있었어요 


오늘도 바닷가를 한번 돌아보며 
유리병 뚜껑을 열고 얘기를 듣습니다
오늘은 더 힘들었겠어요
잘 견디고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요

그대가 어디 있건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어느 섬에 닿아 읽혔다는 것을
얼핏 그대에게 가만히 웃고 난 뒤 
크게 팔을 내저으며 
손 흔든 나를 보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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