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졍서, 졍서> : 꿈을 위해 자퇴한 소녀가 인터넷 방송에서 춤을 춘 이유

조영준
조영준 인증된 계정 ·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3/09/06
인디그라운드, <졍서, 졍서> 스틸컷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같이 공부해요.
인스타 팔로우 해줘.
자퇴했음. 대학질문 X


싸구려 커튼이 쳐진 독서실의 구석진 자리. 마스크를 쓴 영서(신혜지 분)가 핸드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화면 너머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라도 나누는 듯이 무언가 열심히 휘갈겨 쓴 노트를 연신 내보인다. 그녀는 지금 인터넷 방송 중이다. 소음을 낼 수 없는 독서실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직접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소통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오히려 작은 책상 위의 은밀한 관계가 그녀를 지켜보는 이들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듯하다. 그런 내막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서는 화면 너머의 시청자들이 제대로 보일 수 있게 좌우반전을 고려해 써야 하는 반대의 글씨도 개의치 않는 태도로 애를 쓰는 모습이다. 문제는 그녀가 무용으로 성공하겠다며 학교도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이제 시험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한 방향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손현록 감독의 영화 <졍서, 졍서>에는 꿈 하나만을 바라보며 학교를 그만둔 이후 어느 곳에도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어버린 한 고등학생의 모습이 그려진다. 좁은 책상 위에 세워진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름 모를 이들과의 시간이 유일한 행복인 것처럼 비치는 그녀의 삶. 숨 막힐 듯 고요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홀로 누군가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오롯한 자신의 선택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현재를 비유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필요와 일탈의 경계에서 합의된 유일한 자의적 행동으로 그려진다. 애석하지만, 작품 속 영서의 모습에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제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는 존재의 어려움이 압축되어 있다.

02.
“니가 뭐 할 줄 아는 게 있기는 있어?”


여과 없이 현실에 그대로 맞부딪히게 되는 어른의 삶이 어려운 이유와 달리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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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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