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이 일깨우는 '늦은 계절은 없다'는 믿음
2023/12/12
그런 영화가 있다. 힘 빡 준 영화들 사이에서 홀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 말이다. 저마다 시대를 관통할 작품이 바로 나라며 아우성치는 가운데서 그냥 이야기를 빚고 찍어내면 그게 영화 아니냐고 되묻는 영화가 가끔은 있는 것이다. 조금은 심심하지만 그대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다. 이런 영화가 때로 당기는 건 그만의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서일 것이다.
조성규 감독의 <늦여름>이 바로 그런 영화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내외와 그곳에 숙박하는 손님들 간의 이야기가 러닝타임 내내 차근히 흘러간다. 영화는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한 편의 소동극이라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는데, 우연에 우연이 겹치며 예기치 못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바탕 소극으로 이해하면 얼추 맞을 것이다.
<늦여름>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많지 않은 영화 가운데서도 오로지 제주도 안에서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수의 영화다. 제주도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제주를 잠시 잠깐 소품처럼 등장시키는데 만족하는 반면, <늦여름>은 손님들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는 며칠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2년 앞선 2016년 개봉한 <올레>가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나 <늦여름>은 아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