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평범함

퇴치1
퇴치1 · 주로 애니메이션
2023/02/19
영화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리뷰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17세기 에도시대, 늪지대에 함께 사는 갓파 ‘쿠’ 부자는 위태롭다. 지역 유지가 늪을 개간해 밭으로 확장할 심산이기 때문이다. 쿠의 아버지는 유지를 설득해보고자 물고기를 조공으로 바치며 간청해보지만, 실물 갓파를 보긴 처음이던 유지는 그만 아버지 갓파를 살해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쿠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 순간 지진이 일어나 쿠는 갈라진 지반으로 떨어져 잠들게 된다. 400년 뒤, 초등학생 ‘코이치’는 우연히 쿠를 발견해 깨운다.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2007년 작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이하 <갓파 쿠>)은 꽤나 잔인하다. 초반의 갓파 살해 장면이나 후반부 까마귀가 터져 죽는 장면 등은 제법 귀여운 섬나라 요괴와의 우정과 추억을 내세우는 영화의 주요 전략에 배치되는 듯하다. 그러나 <갓파 쿠>는 달콤한 진공 상의 꽃밭을 전시하는 데 그치고 마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얼핏 범상해 보이는 주제 의식을 가벼이 표현하지 않고자 숙고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를 위해 선택한 몇 가지 의외의 지점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려 깊음과 진중함에 인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영화다.   


귀여운 게 딱 좋아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갓파 쿠>는 인간과 이형 존재 간 우정을 주제로 한다. 비슷한 작품들(<아기 공룡 둘리>, <벼랑 위의 포뇨> 등)이 그렇듯 <갓파 쿠> 역시 이질적 존재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가장 효과적인 장치는 ‘귀여움’이다. 쿠는 귀엽다. 갓파의 신체적 특징이 그리 정감 가는 편은 아니나 유아 같은 목소리, 표정, 행동거지로 우리 입에서 “귀엽다”는 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상기한 유사 작품들에서 요괴, 정령 등을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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