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은 유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형찬
2023/05/11
   
가족 간에 비만이 전염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위장관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중 3분의 1 정도는 일종의 홀씨를 생성해 공기 중에 생존할 수 있는데, 이것을 다른 사람이 흡입하면 장내 균의 균형을 무너뜨려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화장실을 같이 쓰거나 접촉이 많은 가족들은 장내 세균의 조성이 비슷해지게 되고, 이것이 유전적 요인과 더해져 질병을 유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험에서는 비만을 유도한 쥐와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쥐도 비만이 되었다고 한다. 장내 세균이 분비하는 물질에 의해 음식에 대한 선호도나 심리적인 상태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나라고 인식하는 존재는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보다 더 많은 미생물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보면서 우리가 가족력이라고 부르는 병의 유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많은 사람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병의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당뇨나 고혈압 그리고 뇌졸중과 암의 경우 "가족력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잘못된 것은 조상탓이란 원리는 여기에도 작동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우리가 유전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속에는, 유전자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할 확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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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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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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