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이라는 가시밭길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4/29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멤버들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글쓰기 모임 멤버들은 모두 돌봄노동자였고, 아침부터 부랴부랴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고 집안 정리를 하고 간신히 자신도 챙긴 뒤 한 자리에 모이곤 했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분주히 아침 시간을 보내면서도 모임 날마다 나는 줄곧 설렘에 흠뻑 젖어 있었다. 우리가 함께 할 농도 짙은 만남에 대한 설렘.

멤버들은 약속 시간보다 10~20분은 예사로 일찍 찾아오곤 했는데, 나도 덩달아 부지런히 모임을 준비해야 했다. 공간을 환기하고, 날에 따라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공기를 바꾸고, 각자가 쓴 글을 인쇄해 가지런히 테이블에 올려두고, 오늘의 커피를 고르고 정성스레 내리기까지.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고 커피를 내리며,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곰곰 다시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 기다림이, 그 기대가, 그 설렘이, 온전히 내가 되는 순간이, 당신 역시 온전히 당신으로만 있어도 되는 그 시간이, 나는 그저 좋았다. 종종 그 기다림의 순간이 좋아 결국 내가 카페를 때려치고 글방을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그 시간을 사랑했다.

어디에서도 차마 꺼내지 못했던 굵직하고 묵직한 이야기들이 흘러 나올 때면,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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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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