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게 가장 훌륭하게 지속했다고 자부하는 교육

송선형
송선형 인증된 계정 · 가론. 삼남매 엄마이자 사업가
2023/04/17
초, 중, 고등학생을 모두 키우는 엄마의 지위(?)는 올해로 끝입니다.
내년엔 막내가 중학생이 되고 첫째는 고삼이 됩니다. 둘째도 아마 입시생이 될 것 같고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을 그나마 부여잡을 수 있는 이 시점에서, 그 어느 전문가도 구체적으로 강조하지 않는 자녀교육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중요한 건 인지교육이 아닙니다. 생존이 우선입니다. 우리는 도시라는 뉴 정글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포유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차장에서는 절대로 뛰면 안 된다!

이걸 시작으로, 교통안전 교육의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혼자 운전하며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닐 일이 무척 많았습니다.
솔직히 매일같이 정말로 무서웠습니다. 일상의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언제라도 아이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걸음을 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손에 짐을 잔뜩 들고 아이들만 걷게 할 때도 많았습니다. 물론 셋 다 어느정도 컸을 때부터이긴 했습니다만. 3, 5, 8세 정도이니 어차피 아기 수준이었지요.

혼자 걸을 줄 알게 되고, 신발을 신고 현관 밖을 딛게 된 순간, 아이가 말을 알아듣든 말든 주야장천 말하고 행동으로도 얘기했습니다.

"주차장에서는 잠자던 차가 깨서 갑자기 굴러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 그리고 절대로 뛰면 안 돼. 자동차가 사람을 못 보면 아야 할 수 있거든."

자동차라는 존재 자체가 무섭다는 인식은 가능한 배제했습니다. 불필요한 공포감은 아이의 정서에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아이가 겁이 많아지면 보호자인 제가 곤란해집니다.
그러나 사실 자동차는 너무나 무서운 존재입니다.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끌어들인 것은 '주차 스토퍼(카 블럭, 주차 방지턱)'입니다.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바퀴를 멈출 수 있는 블럭이죠.
저는 아이들 앞에서 부르는 명칭은 딱히 없었습니다. 어차피 눈으로 보면 버젓이 튀어나와 있으니까요.

"여기 발 걸려서 넘어지면 엄청나게 다칠 수 있어. 뛰다 보면 쉽게 걸리겠지? 그러니까 뛰지 말아야 해."

물론 이렇게 좋게 말한다고 잘 들으면 아이가 아닙니다. 고의가 아니고 까먹어서 못 들을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저는 절대로 부드럽게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보면 저 엄마는 애 잡는다고 흉 잡힐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부모교육 전문가들이 흔히 말하는 '단호함'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입니다.

"주차장에서 뛰지 말라고 했잖아!"
"조심해! 다칠 수 있어!"
"뛰지 마!"

등등 상황에 따라 변동했어요. 아이 이름을 외쳐 부르는 것은 가능한 지양했습니다. 급할 때는 용건이 중요합니다.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굳이 타인에게 내 자녀 이름을 광고할 이유도 없고요.


초/중/고생인 세 아이가 요즘도 주차장에서 종종 얘기합니다.
옛날에 엄마가 주차장에서 엄청 조심시켰던 것이 기억난다고요.
당연히 지금은 웃으며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때 엄마가 무슨 마음으로 자신들에게 그랬는지를 아주 잘 이해합니다.
저도 지금은 당연히 온화하고 차분하게 말하죠.

"엄마는 그때 진짜로 절박하고 무서웠어. 한 순간에 잘못될 수 있는 공간이 주차장이니까. 너희가 셋이라 어느 한 애 때문에 다른 애들이 튀어나가는 걸 신경쓰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애초에 내 옆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했지."

절박하고 무섭지만 아예 밖에 나가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니, 결국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누리려면 사전에 아이들한테 단단히 습관을 들여놓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10년 이상 한결같이 지속했던 교육입니다.

주차장을 벗어난 인도, 횡단보도, 이면도로에 주차한 차 근처 등등에서도 이 원칙을 변형하여 적용하는 건 당연했습니다.

안전하게 어린이보호구역 인도로 다니고 있어도 음주운전자에게 당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만, 그럴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교육은 가능한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짙어집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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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항상 쓰던 학교 폭력 관련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제 스스로 질려 오는 기분이라 오늘은 다른 글을 올려봤습니다.

향후 작성하려는 주제 중 일부입니다.

'흔한 가해자 부모 유형 - 학교 폭력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가해자로 몰렸을 때, 혹은 가해자는 맞지만 어떻게든 축소해서 해결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간이 되고 에너지가 되어 근시일 내로 작성할 수 있기를 저도 바랍니다.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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