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김광석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1/06
오늘은 김광석의 기일입니다.   전철 안에서 그의 노래를 몇개 흥얼거리다가 9년쯤 전 한겨레에 실었던 칼럼을 옮겨와 봅니다 개인적인 김광석 단상과 기억의 '집대성'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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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13일 기독교 백주년 기념관 앞은 때아닌 장사진이 펼쳐졌다. 대개 젊은 대학생들 중심이었던 인파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첫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것이었다. 그 공연은 몇 달 전, 6월 항쟁 이전만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다.

4·19 때 죽어간 넋들을 위한 노래 ‘진달래’, 김민기의 ‘친구’, 일본 제국주의자는 물론 그 후 여러 집권자들을 성나게 했던 시에 노래를 붙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리고 김지하의 시에 처절한 가락을 붙인 ‘녹두꽃’ 등등.

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연 중 - 유튜브
공연의 막바지 무렵에 앞서 ‘녹두꽃’을 불렀던 가수가 다시 등장했다. 그가 새로이 부른 노래는 ‘이 산하에’였다. 1절은 갑오농민전쟁, 2절은 3·1운동, 3절은 북만주 항일무장투쟁을 형상화한 이 장중하면서도 격정적인 노래를 그는 매우 유려한 미성으로 소화해 냈다.

“청년의 노래가 시작되자 객석은 순식간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왜소한 체구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는 마치 잔잔한 수면에 파도를 일으키듯 퍼져 나갔다.”(이윤옥, <김광석 평전> 중에서)

왜소한 가수의 이름은 김광석이었다. 지하에서 흐르던 노래의 수맥을 지상으로 끌어올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일원으로 김광석은 노래 인생의 첫 무대를 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한참 뒤에 알았다. 88년에 대학에 입학한 나에게 김광석은 그룹 ‘동물원’의 가수 김광석일 뿐이었기 때문이다.(동물원 1집은 1988년에 나왔다.) 

그는 그룹 동물원의 메인 보컬로서 대중가요에 입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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