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묻는 너에게
2023/07/03
이제 막 졸업을 앞두거나 이제 갓 입사해서 또 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 앞에서 선 너희들을 봤어. 고3 때 엄청난 두께의 수박(수박먹고 대학간다)책을 옆에 끼고 전국에 있는 온갖 학교와 학교를 뒤지면서 앞날을 고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니 참 우습다. 그치? 그때는 대학만 가면 끝일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는 너희를 볼 때마다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 '대학 간다고 끝이 아니다'라고 매번 외쳤지만 그럼에도 대입을 향해 채찍과 당근을 남발하는 나를 보며 더 강렬한 비언어적 요소들을 외쳐댔을지 모르니까. 그래, 대학만 가라 제발...
내가 그랬어. 대학만 가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어. 고등학교 시절 열정과 노력은 그 잘못된 믿음 덕분이었지. 그래서 지금 만약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할 것 같진 않더라고. 아무튼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던 우리 앞에선 그 전과 다른 수많은 선택지가 생겼지. 수강신청부터 전공진입 등등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 앞에서 우린 머뭇거렸고, 고민했고, 좌절하기도 했어. 그런데 졸업을 해보니 그런 순간은 정말 별 것도 아니더라고. 내 고민의 시작은 대학 졸업 후 몇 년 뒤에 시작 되었거든.
오랫동안 품었던 진로를 대학 입학과 함께 바꾸고 교사의 꿈과 여러 다른 직업의 길 역시 좌절된 이후 진짜 내 고민이 시작되었어. 그래서 난 뭘 좋아했지? 뭘 잘하지? 뭘 하고 싶지? 우습게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원대하고 허황된 꿈만 있었지 정작 '나'에 대한 탐구는 없었던 거야. 중고등학교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