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가는 꿈

토마토튀김
2024/08/03
남자들 군대 갔다 오는 꿈 꾸듯이 나도 가끔 다시 수녀원에 가는 꿈을 꾼다. 어제도 그날이었다. 꿈에서의 수녀원은 늘 높이 산 중턱쯤에 있다. 한 25년 전 들어갔던 수녀원도 길음동 시장길을 주욱 따라 올라가면 저 끝에 나온다. 지난겨울에는 그곳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서 가봤었는데,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이거구나 싶었다. 시장길은 뭐, 아파트 숲에 싹 다 밀려서 없어졌다. 그래도 숨이 잠깐 찰 정도로 비탈이 있는 것을 보고, '그렇지 이 길이지....' 싶은 정도.  

꿈에서도 계속 비탈을 올라가서 수녀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 꿈은 이상한 것이 한 담벼락 안에 수녀원과 남자들 수도원? 혹은 신학교? 비슷한 것이 같이 있다. 즉, 남녀가 함께 수도를 하는 곳이었다. 수련 수녀님들의 숙소는 두 채, 1층과 2층에 침대가 있었다. 내 침대는 2층 구석 쪽에 있었다. 짐을 놓고는 다른 수녀님들 모두 일하러 나갔을 때 혼자 방에 남아 옷을 갈아입었다. 

옛날 내가 있던 수녀원의 수련 수녀들은 모두 검은색 점퍼스커트를 입었다. 우리 전 기수의 수녀님들은 처음 수녀원에 들어오면 모두 얇은 천의 길이가 짧은 베일을 썼었는데, 동기들은 그런 간이 베일은 쓰지 않고 짧은 단발이나 쇼트커트로 통일했다. 이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머리에 뭘 뒤집어쓰면 머리를 만지지 않아도 되고 쉬운데... 게다가 나 같은 말총머리들은 펌을 해야 손질이 되는 머리인데, 수녀원에서 미용실은 언감생심. 콘택트렌즈 끼는 것도 선생 수녀님 허락을 받아야 했었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왜 '안경을 안 끼느냐'면서 눈칫밥을 먹었었다. 

그 생각이 났었는지, 꿈에서는 검은 치마로 갈아입고, 머리에 뭔가를 둘렀다. 그리고, 목 뒤에서 똑딱단추를 끼운 촉감도 생생하다. 
그렇게 수녀원 패치 제대로 장착하고 밖으로 나갔더니 수녀님과 남자분들(수사님? 신학생?)들 빙 둘러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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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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