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집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8/24
파랗다. 산뜻하다. 시원스럽다. 너무나도.
그래서 좀 곤란하다.
이 색이 이렇게나 파랬나?
페인트 뚜껑을 어렵사리 따고 그 색을 딱 대면했을 때. 생각보다 역간 푸르다고 느꼈다. 남편이 로울러에 페이트를 묻혀 쓱쓱 문지르자 싯누렇던 벽이 한순간에 푸른빛으로 바뀌며 산뜻하게 변해갔다.
예상보다 좀 파랗긴 한데... 
"마르면 좀 연해지겠쪄?"
"그럼"
남편은 거침없이 로울러로 넓은 벽면을 칠해 나갔고 코너나 경계선 부분은 내가 붓으로 칠을 했다. 아주 손발이 척척 맞는다. 환상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한 쪽 벽면을 다 칠하는데 불과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야,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도배하는 것보다 정말 쉬워도 너무 쉽고 시간도 절약되고 무엇보다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저렴하다.

도배를 해야할 때 도배지를 붙이는 방법 외에 기존 도배지 위에 페인트칠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건 막내 시누이에게서 들었다.
도배지 위에 칠을 한다고?  종이 위에? 자기 아파트를 그렇게 칠을 해서 새 집이 됐다는 말을 들으며 긴가민가 했었다. 그게 벌써 몇 년도 더 지난 얘긴데 내가 도배를 해야 할 일이 생기자 신기하게도 그 말이 떠올랐다. 정말 그런 페인트가 있나 검색이나 해보자 하고 들어갔더니 기다렸다는듯 쨘 하며 벽지 위에 바르는 페인트들이 줄줄이 뜨는게 아닌가. 와, 정말이네 정말 그런 페인트가 있네. 있는 정도가 아니라 색깔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도대체 이 많은 색상 중 어떤 걸 고른단 말인가.

우선 어떤 계열로 바를지 생각해 보았다. 흰색에 가까운 옅은 회색? 흰색에 가까운 밝은 하늘색? 아니면 흰색에 가까운 엷은 그린?
그래, 체리 색의 고물 싱크대랑 색이 어울리려면 연그린이 나을지도 몰라.

소도시의 오래 된 아파트다. 그곳을 떠나 온지도 어언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줄곧 세를 놓았었는데 이제 올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서는 들어 올 사람이 없을거라고 한다.
오래 세를 놨던 탓에 싱크대에 붙박이로 붙어있던 식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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