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던 사건일까? 관심 생긴 사건일까?
2023/11/03
🖋 에디터 노트
시작은 남현희 씨가 이혼과 열애 사실을 SNS에 공개하면서부터였습니다. 월간지 <여성조선>은 남 씨의 SNS를 보고 근황 인터뷰를 준비했고, 인터뷰는 남현희 씨와 전청조 씨가 동반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조율됐습니다. 인터뷰는 “펜싱 남현희·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 만남·열애·결혼 풀 스토리 최초 공개”라는 제목으로 나갔고 전청조 씨에 대한 폭로가 나오면서 상황은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인터뷰 기사 이후 재벌 3세, 51조 원, 허영심, 임신, 성전환 수술, 시그니엘, 사기, “I am 신뢰에요”, 벤틀리·명품, 밀항 등을 키워드로 수많은 기사가 양산됐고, 사건은 이제 전청조 씨와 그 이해 관계자들 간 진실 공방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 폭발적이었던 관심은 있었고, 이곳에 가십만 있었을 뿐 공익은 없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전까지 알지도 못했던 인물들에게 왜 관심을 두었던 것일까요? 얼룩소가 학자들과 대중문화평론가에게 왜 대중이 이 이야기에 주목했던 것인지 들었습니다.
🧑🏻 전청조-남현희 사건에 대한 언론 기사는 폭발적으로 쏟아졌습니다. 인터뷰 이후 열흘 동안 4천 개 넘는 기사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 김현경 서울여대 교양대학 교수
대중의 관심이 처음부터 있어서 언론이 사후 보도를 한 걸까요? 아니에요. 언론이 알아서 대중의 구미를 끌 만한 이야기로 이 사건을 보도했어요. 보도의 양상 자체가 관음증적이었어요. 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어떤 남성이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이 있었을까요. 언론에 의해 전청조 씨는 희대의 사기꾼이 아니고 희대의 변태 사기꾼이 됐습니다.
💬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남현희가 결혼한다는 걸 뉴스로 보도하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그것을 보도한 연예·스포츠 매체들이 잘못된 기사를 항상 양산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규범적인 비판이고 현실적으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연예 뉴스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는 항상 유통돼요. 전청조와 남현희 관련 기사만 문제인 게 아니라 그냥 모든 연예 기사가 기본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나 당사자의 정확한 설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가 되죠.
💬 안희제 문화평론가
언론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입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어요. 사건에 대해 정확한 이름을 붙이려 하지 않았죠. 전청조 씨나 남현희 씨는 언론이 아이돌처럼 관심 경제 안에서 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언론 자체가 관심 경제 안에서 굴러가기에 보도를 통해 이에 포섭되게 했어요 이런 사건이 보도된다는 것 자체가 언론이 사건을 관심 경제에 편입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적 목표는 없는 자극과 관심만 유도하는 보도였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사건임에도 각종 자극적인 뉴스들이 기어코 귀에 닿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