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논란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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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논란을 넘어

한국 문화 서랍 속의 수많은 “가자”의 의미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1/08
뉴진스(GQ 2022년 12월호)

“가자”라는 말만큼 우리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격발하는 단어가 있었던가.
   
“가자”는 기본적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세계를 향해 떠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간다”도 아니고 “갈게”도 아니고 왜 “가자”였을까. “가자”라는 청유형의 어휘는 자신의 결심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설득 의지를 함께 담고 있다. 나의 결심을 상대에게 전하며 동의를 구하면서도, 강하게 공감의 정서를 준동하는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1. 1960~70년대 박정희 체제에서의 "가자" - 한대수의 경우
   
1960~70년대 박정희 체제에서 “가자”는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통기타를 들고 새로운 멜로디로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들이 밑도 끝도 없이 어디론가 “가자”, “떠나자”, “날자”라는 말을 외치면, 그 다음날 쥐도 새도 모르게 남산으로 끌려가곤 했다. 철권통치를 자랑하는 독재정권은 “가자”라는 예술적 용어의 쓰임에 언제나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으로 일관했다. 

한대수 1집 <멀고 먼 길> 앨범표지
 
“가자” “주오” 같은 단어를 많이 쓴 가수는 한대수가 대표적이다. 그의 <물 좀 주소>와 <행복의 나라로>와 같은 노래는 에두르는 법이 없다. 간주도 없이 대번에 “물 좀 주소, 목 마르요”라고 외치거나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라고 반복해 말하는 방식이다. ‘결핍’과 ‘부재’를 곧바로 지적하거나, ‘희망’과 ‘바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현실과 팽팽하게 대결한다. 한대수 특유의 터져 나오는 탁성과 폭발적인 사이키델릭 연주는 당시 독재 정권 시대의 억압된 질서와 암담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데 탁월한 역능을 발휘했다. 
   
<물 좀 주소>는 “물 고문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행복의 나라로> "가자"는 “‘행복의 나라’가 ‘북한’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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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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