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의 가두리 양식장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1/11
공안당국의 가두리 양식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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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을 운용하지 않는 나라 없고 간첩들 부리지 않는 정부 없다. 하늘나라에 가도 선글라스에 리시버 낀 천사가 분명히 ‘음지에서’ 다른 천사들을 훔쳐보고 있을 것이다. 하물며 칼날같은 분단 체제를 고수해 온 남과 북의 ‘코리아’가 상대방을 향해 정보 수집, 요인 매수, 각종 정치 공작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술 한 방울 먹지 않는 수도사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말 이상의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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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 역시 대남공작에 목숨 걸어 온 세월이 장구하다. 독재 정권 때의 간첩 ‘제조’ 때문에 ‘간첩 잡았다’는 얘기가 들리면 조건반사적으로 ‘조작이다’는 말이 튀어나오게 마련이지만 가짜만큼은 아니겠지만 진짜 간첩도 만만한 숫자는 아니었다. 공안당국 스스로 인정했듯 남로당 계열은 발본색원에 성공했지만 북한 김일성 직계라 할 거물간첩 성시백의 조직망은 전쟁 이후로도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북한은 끊임없이 간첩을 남파해 지하 조직망을 건설하거나 해방구를 조성하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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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80년대 중반 이후, 즉 대학가에서 주체사상이 널리 유포되고 ‘또 하나의 조국’ 북한에 대한 열망이 도드라지면서 양상은 상당히 많이 바뀐다. 왕년에 신부 없이 천주교 믿었던 조선 사람들처럼, 북한과의 특별한 끈이 없이도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 되뇌며 ‘혁명적 수령관’을 믿어야 주체사상을 이해하는 것이라 윽박지르는 자생적 주체주의자들이 세력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북한 다녀온 김영환이나 요즘 알라딘 사장으로 돈 벌고 계신 양반이나 애초에 북한 사람이 포섭한 게 아니었다. 자기들이 공부해서 자기들이 스스로 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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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의 왕국 조선에서 자생적 천주교 신앙이 생겨나고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전언에 눈물 흘린 로마 교황처럼 북한 당국도 엄청나게 고무되었으리라. “이것이 혁명의 만조기 아니갔시오?” 수령님의 영도 신기하고 놀라와!!!! 그러다보니 별 일...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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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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