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의 마지막 순간 - <숨결이 바람이 될 때>

메리 오닐 · 메리 오닐
2024/05/25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이 될 때>
한 의사의 마지막 순간 -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어쩌면 수많은 삶과 죽음이라는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한사람의 직업인으로 간접적인 경험을 목도하던 그에게 자신에게 현실로 다가와버린 암이라는 병의 선고는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측면의 직접적인 삶과 죽음의 사건이었을지 모르겠다!

직접 마주한 죽음 앞에서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의 성찰을 읽어 내리면서 독자인 나도 메어지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운데 어느날 한 순간에 그리스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작자는 어떻게 그 감정을 무겁게 가라앉히면서 담담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담담하게 글로 옮길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니 억지로 참으려는 내 마음의 근육이 견디지 못하고 찡한 가슴 아픔과 숙연한 마음이 몇방울의 눈물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어떤 책들은 읽고서 별점 매기기나 리뷰 쓰기가 무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느낌을 뭉뚱그려 쓰기엔, 그 글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애초에 에세이를 즐겨 읽지도 않지만 이 책의 ‘서른여섯에 세상을 떠나야했던 젊은 의사가 남긴 감동의 기록’과 같은 광고 문구도 그리 끌리지 않았다. 뻔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폴 칼라니티의 글을 읽은 나는, 이제 그의 생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취한다. 가슴이 찡해졌다거나, 눈시울이 붉어졌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하는 길목에서 그를 마주하려 한 이 젊은이가, 얼마나 삶을 사랑하고 아꼈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리뷰를 쓰는 것은 무용하다고 여긴다. 별점을 매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실제로 겪는 것보다 죽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되묻던 청년이 그 고통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문학에 빠졌던 폴 칼라니티가 의학을 탐구하게 되는 과정, 의사가 된 후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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