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마저 반가운 나날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4/16
마치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묻듯이 이렇게 묻습니다.
   
지금 몇 시야...
오전 두 시입니다.
   
모란아 아직 밤이야 자야 하는 거야
   
창가에 앉은 모란이 계속 웁니다. 비가 멈추고 난 뒤 열어둔 창문 앞에서 울고 있습니다. 부스스 일어나 불도 켜지 않은 채 벽을 짚고 나무계단을 내려와 창문을 닫습니다. 촛불을 켠 케이크를 들고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진동이 일지 않도록 다시 왔던 길을 걸어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갑니다. 
   
모란이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올 수 있도록 이불 끝을 들쳐 올려주자 모란이 젖은 발바닥을 핥습니다. 차가운 발바닥을 다리 사이에 밀어 넣고 자세를 고쳐잡은 뒤 고요해집니다. 
촛불은 꺼지지 않았고 눈을 감자 촛불이 꺼집니다. 촛불을 중간에 꺼뜨렸다면 아마 빗소리를 듣느라 밤새 잠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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