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브루클린 풍자극] 내 안의 '실존 호텔'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3/09/11
폴 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 2005

폴 오스터의 작품은 <달의 궁전>부터 빠져들기 시작했는데요. 그때부터 그의 전집을 다 읽기 위해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습니다. <브루클린 풍자극>은 여덟 번째로 읽은 오스터의 작품으로 명불허전, 역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폴 오스터는 좋은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입니다(황보석 씨의 번역 실력도 탁월하다고 보고요). 그의 문장엔 일상의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에선 브루클린, 글쓰기, 야구, 고행 따위의 요소 등을 즐겨 사용하고요. 외계인이 침공하는 따위의 톡톡 튀는 서사를 차용하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사건과 요소로 장르적인 느낌을 줍니다. 환상 소설이라든지 탐정 소설의 냄새가 물씬 풍기죠. 마치 작가는 “굳이 환타지 세상을 창조하지 않아도 세상은 환타지 그 자체다”라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또, 폴의 작품은 따뜻하면서도 차갑습니다.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감정을 서술한다는 점에서 차갑고, 인물들이 무슨 일을 겪든지 간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한다는 점에서 따뜻합니다.

흔히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낯설지도 않은, 기사에서 접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얽히고 섥혀 하나의 큰 줄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등장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평범하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이들이 등장해 ‘엄선된’ 에피소드들을 이끌어 나갑니다. A라는 인물의 a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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