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선 인간 2 - 공포 관리

202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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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판사들을 데리고 실험을 한 심리학자들이 있다. 판사들 중 절반에게는 죽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글을 읽힌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평범한 글을 읽힌다. 그리고 나서, 사회 규범을 해치는 범죄를 모의재판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국기를 불태웠다거나 그런 사건을 줬다. 어느 쪽 판사들이 형량을 높게 줬을까? 모의재판 전에 죽음을 떠올린 판사들은, 사회 규범을 해치는 범죄에 훨씬 중형을 때렸다. 죽음을 떠올리면, 우리는 사회 규범을 침해하는 상황을 훨씬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이 실험은 세 명의 동료 심리학자(셀던 솔로몬, 제프 그린버그, 톰 피진스키)가 수십년간 해온 '죽음의 심리학 실험' 중 하나다. 이들은 "죽을 운명을 아는 인간이 대체 어떻게 멀쩡하게 살 수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1편에서 소개한 '부정 본능'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방법을 찾아낸 종이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영원한 것'의 일부라고 믿는 것이다. 나는 죽지만, 죽는 게 아니다. 영원히 존재하는 어떤 것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게 우리가 죽음이라는 운명을 외면하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방법이다. 이들이 쓴 책 <슬픈 불멸주의자>가 이 주제를 다룬다.

어떤 영원한 것? 첫 번째는 문화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문화는 내가 죽은 후에도 살아남는다. 명절 제삿상을 힘으로 엎어 버리는 건 쉽다. 하지만 제사를 그만 지내자고 집안 식구 모두를 설득하는 건 아주 어렵다. 문화는 장기지속하는 무형의 힘이다. 

왜 문화는 그토록 오래 살아남는가? 문화는 마치 비트코인과도 같다. 비트코인의 구동원리인 블록체인은, 여러 사람의 저장장치에 정보를 분산/중복 저장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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