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더니 아내가 페미였습니다(3)

바냐(장지현)
바냐(장지현) · 아이돌 연구자
2022/12/27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신혼 초의 저녁이었습니다. 마냥 부드럽기만 한 줄 알았던 남편이 갑자기 물었습니다. 제가 페미니즘과 엮인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화내지 않고 답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요. 질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저는 지체 없이 답합니다. 성구매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요.
   
그런데 뒤이은 남편의 답이 제게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남편은 성을 판매하는 사람이나 산 사람 둘 다 처벌해야 한다고 했죠. 남편의 그간 태도로 말미암아 당연히 꽤 급진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저 혼자 어림짐작했던 터라 더 놀랐던 것이겠죠. 제 속단이었음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온 겁니다. 조심스럽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더니 성판매 여성들에 대한 단단하고 묵직한 스테레오타입이 돌아옵니다. 
   
첫째, 소중한 몸을 판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니까, 둘째, 남들보다 쉽게 돈을 벌고자 했다는 점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한테 죄짓는 거니까, 셋째,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사치와 향락을 누리고자 했을 거니까 등등.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 그러나 어쩌면 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그런 얘기들이었죠. 
   
저는 머리를 싸매고 남편과 성매매에 관한 정부의 태도부터 시작해서 몇날며칠에 걸쳐 다양한 이슈들을 난상토론 했어요. 대부분은 남편이 가진 스테레오타입을 깨고자 하는 시도였고요. 남편이 수긍한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야기를 나누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그 과정 일부를 글로 나누어 정리하고자 해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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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아이돌, 서브컬쳐, 젠더 문제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damseldero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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