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면 배부르다"라며 뒤집는 신촌 연세로 정책

허남설
허남설 인증된 계정 · 집과 동네, 땅에 관심 많은 기자
2022/09/20
택시를 잡고 "신촌 독수리약국 앞이요", 그 동안은 불가능했던 이것이 조만간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서울 연세로에 결국 다시 차가 다닐 모양입니다.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굴다리를 지나 지하철 신촌역, 신촌로터리까지 쭉 뻗은 길이 바로 연세로입니다. 아시다시피 '신촌'이나 '연대 앞'이라고 하면 보통 이 거리 일대를 일컫습니다.
연세로에서는 매년 여름 '신촌물총축제'가 열립니다. 2017년 축제 당시 모습. ⓒ신촌물총축제 페이스북
'연세로'는 차로는 차로인데, 버스 같은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는 차로입니다. 행정용어로는 '대중교통전용지구'라고 합니다. 원래 4차로에 가깝던 550m 길이 도로를 2차로로 '다이어트'시키고 대신 양옆의 보도 폭을 그만큼 넓혔습니다. 도로변의 주차공간은 없앴습니다. 차량 통행을 최소한으로 줄여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2014년 완성한 사업입니다. 그런데, 8년이 넘은 지금 연세로 인근 상인들은 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폐지하자고 요구합니다. 서대문구는 연세로에 다시 차가 다니는 것을 '연세로의 정상화'라고 규정했습니다. "차가 다니지 못해 상권이 어려워졌다"라는 게 정상화가 필요한 근거입니다.

신촌은 정말 차가 다니지 못해 쇠퇴한 걸까요?

사실 연세로 일대는 차 없는 거리를 만들기 전부터 '지는 상권'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금 보면 참 아이러니하지만, 2012~2014년 당시에는 그러한 진단이 대중교통전용지구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차 없는 거리가 완성된 직후에는 상인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의 영광을 잃은 거리를 부흥시키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심산이 컸을 것입니다. 성급하게 발표한 감이 없지 않지만, 개통 6개월 만에 주변 상권의 매출건수는 10.6%, 매출액은 4.2%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생겨난 이후에도 상권이 부진했다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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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건축을 배우고 건축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기자가 되었습니다.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글항아리•2023)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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