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기까지 세공한 시간의 예술, 그 밑을 들여다보다

퇴치1
퇴치1 · 주로 애니메이션
2023/02/05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리뷰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툰드라 설원에 사는 예이츠 부족은 순록의 네 다리, 피와 살, 가죽에 기대 살아간다. 부족의 어린 소녀 ‘그리샤’는 늘상 동생 ‘꼴랴’와 티격태격하기 일쑤지만, 요즘엔 그럴 힘도 없다. 원인불명의 병으로 서 있기도 힘든 엄마의 증세에 자기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리샤는 아픈 엄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설로만 전해지던 숲의 주인 ‘붉은 곰’을 찾아 나선다. 

박재범 감독의 2022년 작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자그마치 45년 만에 돌아온 한국 극장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오래도록 얼어붙어 있던 시간적 간극을 깨고 수십 년 만에 돌아온 이 고마운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의미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무려 3년 3개월이란 지난한 제작 기간을 거쳐 탄생한 시간의 예술 앞에서 내뱉을 수 있는 반응은 그저 감탄뿐이겠지만, 몇몇 지점에서 드러나는 조야함은 분명히 아쉬운 구석을 남긴다. 그럼에도 영화가 울림을 주는 까닭은 그 투박함마저도 사랑스럽게 만드는 영화의 티 없는 일심(一心)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직선의 민망

물론 영화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면면들은 보기에 따라선 특별히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예사의 것으로 넘겨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감상을 일부 방해했던 돌출부를 하나하나 나열해 꼬집을 마음은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인데, 그것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란 장르가 곧잘 직면해야 했던 부정적인 인식, 그리고 재기발랄한 애니메이션 예술가들을 자칫 오인케 할 여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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