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해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강요하는 사회

정지우
정지우 인증된 계정 ·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2/06/16

요즘 유행하는 예능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블랙유머를 자랑하는 디스토피아 영화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 세계 역사상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저출생 국가가 하나 있다. 이 국가의 청년들은 역사상 가장 연애도 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는다. 이 나라의 공동체는 거의 붕괴되어 옆집 이웃과도 인사하는 일이 드물며, 모두가 각자도생을 모토로 무한한 경쟁 속에서 간신히 한 몸 건사하고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유행하는 예능들이 있다. 

이 예능들은 주변에서 보기 힘든 선남선녀나 고스펙의 남녀들이 등장하여 누가 짝을 쟁취할 것인지 경쟁한다. 또한 보통 사람들이 결코 누릴 수 없는 환경에서 초호화 육아를 하거나 혼자 호화롭게 사는 연예인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지가 방영된다. 나아가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결혼이 얼마나 지옥 같은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득한다. 이런 문화 콘텐츠들이 수렴되는 지점이 있다. 저 끝없는 경쟁을 뚫고 최상의 자리에 오르지 않는 한, 그 위치에서 최고의 성격과 스펙과 능력을 지닌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한, 사랑하지 말 것, 결혼하지 말 것, 아이를 키우지 말 것, 이라는 지점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우리에게 행복에 이르는 길을 잔잔하게 알려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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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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