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버스가 떠올린 추억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1/03
만원버스가 떠올린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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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차 몰고 출퇴근하다가 자의반타의반 대중 교통을 이용해 출근 이틀째. 아이들 수험생 때는 무조건 차량이 집안 상시 대기 상태였기에 승용차 출퇴근의 이력은 길지 않다. 하지만 사람은 역시 안락에 굴복하는 동물인지라 몇 년 동안 타고 다닌 만원버스가 문득 낯설다. 조금만 일찍 나서면 되지 않느냐고 훈계할 이 있겠지만 얼마라도 뜀박질을 하고 나서는 길이라 대충 정해진 시간이고, 그때 사람들은 미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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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최고 수준의 IT 선진국 대한민국 버스 정류장은 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지 친절하게 알려 준다. 보통 5분 ~7분인데 오늘은 무려 ‘11분’이 뜬다. 동시에 뇌리를 때리는 강력한 불길함. “와 엄청 붐비겠구나.” 일단 백팩을 앞으로 돌린다. 그리고 마음의 각오를 다진다. 이번 거 놓치면 시간 맞게 회사에 가기 어렵다.

항상 이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에 종종 타는 6715번 버스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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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다를까 ‘혼잡’으로 뜬다. 운 좋으면 ‘보통’인데. 어지간하구나. 버스가 왔고 마침 내 앞에 선다. 만원버스에서는 처음에 탄 사람이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면 뒷사람은 못 탄다. 나는 럭비 선수로 빙의한다. 그리고 스크럼을 뚫고 들어간다. 와다다다다 구호는 “들어갑시다.” 막무가내로 들이밀면 길이 난다. 그조차 아니 날 때가 있긴 하지만 웬만하면 “어우” 신음 소리와 함께 길이 조금은 트인다. 그래도 겨우겨우 손잡이 잡고 핸드폰으로 넷플릭스 볼만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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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역 근처 무슨 고등학교 버스 정류장은 출근 시간 이 버스의 하이라이트다. 내리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 자리를 메울 사람들이 매의 눈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우수수 내린 뒷문으로 사람들이 올라타기 직전, 기사 아저씨가 “카드 찍으세요.”를 외치려는 순간 가냘픈 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이고 내려요.” 한 할머니가 내릴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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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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