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원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05/26
우리 엄마는 식집사다. 아니 식물박사다. 시들시들하게 죽어가는 화분들도 엄마 손에만 가면 파릇파릇 제 빛깔을 내며 살아난다.

   그런 엄마가 아파트 앞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용화단에 조금씩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더니,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렇게나 화사하고 예쁜 꽃밭이 생겼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감탄하느라 바쁘다.

   엄마는 주민대표를 세 번 정도 연임했던 경력이 있다. 하루는 관리소장님이 엄마를 찾아와서 부탁했다. "대표님 꽃밭이 너무 예쁘긴 한데, 이렇게 하시면 저희가 곤란해요. 다른 데서 우리는 왜 안 해주냐고 항의가 들어오거든요. 그러니 적당히 해주세요."

   그 후로도 엄마는 꾸준히 아파트 앞 공용화단에 식물을 가꾸셨다. 처음엔 가지치기도 되지 않고 덤불로 우거져 뱀이 나올 것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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